경제
봉건사회 무너뜨린 지동설…과학은 사회를 바꾼다
입력 2017-02-24 11:42  | 수정 2017-02-25 12:08

과학은 어렵다. 일반인들은 과학이 일상생활과 관계가 적고 '과학자들만의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스마트폰, 가상현실과 같은 첨단 기술에만 과학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사회, 경제, 정치,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과학은 그 흔적을 남겨왔다.
대표적인 것이 지동설이다. 1500년대, 덴마크의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가 행성의 운동을 관측한 방대한 자료를 남겼고 이를 토대로 요하네스 케플러가 '타원궤도의 법칙'을 이끌어냈다. 이후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이 기지개를 켰다. 지동설의 등장은 구시대적인 봉건사회가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과거 많은 기초과학은 봉건시대를 무너트리는 계기가 됐다"며 "기초과학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사회는 미신에 근거한 구시대적인 삶을 살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화론도 마찬가지다. 진화론은 현대 생물학의 기초를 제공함은 물론 생물은 주변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근거를 통해 제시함으로써 육종은 물론 유전자 연구 등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진화론이 갖고 있는 적자생존, 자연선택설은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과 그에 따른 결과을 '자연의 법칙'이라는 이름 아래 용인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경제학은 특히 과학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과학과 마찬가지로 가설, 이론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실험을 통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경제학과 관련된 논문이 과학학술지에 종종 게재되는 이유다.
2014년 3월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200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논문이 게재됐다. 문성혁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가 함께 참여한 이 논문은 미국에서 1972~1997년, 취약계층 아동에게 집중 교육을 시켰던 'ABC 프로젝트' 대상자를 30년 뒤 찾아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분석 결과 ABC 프로젝트 대상자는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건강과 인지능력 등이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헤크먼 교수는 이보다 앞선 2014년 1월, '전미경제학회(AEA)' 기조강연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청소년에게 돈이 아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문한바 있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문성혁 박사는 "정부가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고 국가 생산성에 기여한다"며 "헤크만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학이론을 무작정 사회·경제에 적용할 때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열역학 제 2법칙인 '엔트로피'가 대표적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가 감소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으로 뜨거운 물과 찬물을 섞으면 적정 수준의 온도에서 평형을 이루지만, 평형을 이룬 물을 아무리 오랜시간 놔둔다 하더라도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경제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이 이 이론을 사회에 적용, "인간의 역사와 기술, 생명체와 우주도 이 법칙을 피해갈 수 없다"고 역설했다. 1981년 발간된 이 책은 소비중심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과학이론을 무분별하게 다른 분야로 확장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이덕환 교수는 "엔트로피는 '평형' 상태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기 위하여 도입된 열역학 개념으로 물질과 에너지의 출입이 불가능한 시스템에서는 엔트로피가 중가하지만 단순히 이를 모든 분야에 적용하는 것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리프킨이 주장한 엔트로피 법칙은 어떤 시스템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증가할수도, 감소할수도 있다"며 "엔트로피와 같은 과학용어는 엄격하게 정의된 틀 안에서만 그 생명력이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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