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미국의 내구품질조사에서 역대 최고 순위에 올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모토인 '품질경영'이 다시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발표한 '2017 내구품질조사(VDS)'에서 현대차는 133점으로 19개 일반브랜드 가운데 3위를, 기아차는 148점으로 6위를 차지했다. 도요타와 뷰익의 뒤를 이은 현대차는 작년에 비해 순위가 6계단이나 상승해 2011년 3위에 오른 이후 6년 만에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기아차 역시 작년 7위에 비해 또 순위가 올라 조사를 받기 시작한 2000년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포함한 31개 전체 브랜드 중에서는 현대차가 6위(작년 19위)를, 기아차는 11위(작년 17위)를 기록했다. 전체 브랜드 1위는 렉서스와 포르쉐가 공동으로 차지했으며 렉서스는 6년 연속 1위를 이어가고 있다. 도요타, 뷰익, 메르세데스-벤츠가 뒤를 이었다.
차급별 평가에서는 도요타가 18개 차종 중 10개 차종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차급별 평가에서 1위에 오른 차종이 없었지만 쏘나타가 중형차 부문에서 도요타 캠리에 이어 공동으로 2위에 올랐고 투싼ix가 소형 SUV 부문 3위를 차지했다. 기아차 쏘울은 다목적차 부문 2위, K7이 대형차 부문 3위에 올랐다.
VDS는 구입 후 3년이 지난 차량에 대해 실시되는 일종의 '불만도 조사'다. 이번 조사에선 2013년 9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을 대상으로 고객들에게 177개 항목에 대한 내구품질 만족도를 조사해 100대당 불만건수에 따라 점수가 정해졌다. 점수가 낮을수록 높은 품질만족도를 의미한다.
VDS는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IQS)와 함께 자동차 품질 평가의 양대 척도로,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살 때 지표 역할을 한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지난해 JD파워 '2016 IQS'에서 일반브랜드 중 기아차가 1위, 현대차가 2위를 기록하며 신차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은데 이어 내구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는 정몽구 회장의 지속적인 품질 강조 덕이란 평가다. 정 회장은 1999년 '그레이스 슬라이딩 도어 사건' 이후 계속 품질경영을 강조해왔다. 정 회장이 "품질에는 타협과 양보가 있을 수 없다", "품질 향상은 기업의 존재 이유"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현대차의 품질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세컨드 카 브랜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었다. 정 회장은 작년 8월에는 현대차 러시아·체코 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을 찾았고 9월에는 미국 LA 판매법인과 멕시코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10월에는 중국 창저우시에서 열린 현대차 4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팔순이 가까워진 고령에도 3개월간 지구 1바퀴(4만㎞)를 넘는 거리를 뛰는 강행군으로 직접 품질을 챙겼다.
[우제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