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4당 대표가 21일 긴급회동을 갖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상대로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기한 연장을 즉각 승인하라고 압박했지만 황 권한대행은 답변을 피하며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따라 야 4당은 23일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수사기한을 50일 더 늘리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1시간 가량 회동을 열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합의문에서 "황 권한대행은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즉각 승인해야 하고 오늘(21일)까지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황 권한대행이 오늘까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특검법 연장 개정안을 2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이 요청을 승인하면 수사기간은 30일간 연장되고 황 대행이 이를 거부해 특검법을 통과시키면 수사기간은 50일간 연장된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 측은 특별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사실상 연장을 반대한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특검 수사기한 연장에 대해 특별히 코멘트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야4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할 태세다.
김경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국회법에 따르면 국가가 긴급 상황에 있거나 전시에 준하는 비상상황일 때 직권상정이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며 "이에 대해 심 대표가 대통령 탄핵 사태가 사변에 준하는 상황이 아니냐는 의견을 냈고 정 대표 역시 '김정남 피살 사태'가 비상상황에 해석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야4당이 직권상정을 고민하는 것은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리기 전에는 상임위를 거쳐야 하는데, 법제사법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 김진태 의원이 반대해 법사위를 정상적으로 통과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특검 연장법 통과를 촉구하는 의사진행 발언을 한 뒤 퇴장하면서 법사위 전체회의는 파행했다. 바른정당 소속 권선동 법사위원장은 "위원장과 여야 간사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라며 "여야 합의 없이는 특검 연장법을 상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검 대면조사 성사여부에 여전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기한 연장을 위한 압박 전술로, 박영수 특검팀이 대통령 조사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특검도 조사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박 대통령측 입장에서도 특검이 움직이지 않는데 먼저 조사를 받겠다고 나서긴 어렵지 않겠느냐"며 "때문에 특검 활동 기한인 이달 28일 안에 대통령 대면조사가 성사될지 여부는 아직도 미지수"라고 밝혔다.
결국 대면조사는 박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출석 여부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헌재 출석을 고민중인 박 대통령이 '헌재 직접 변론'을 결심할 경우 특검 대면조사는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검조사에 응하겠다는 약속을 헌재 출석을 통해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대통령도 똑같이 재판부와 국회측 질문을 받아야 한다"고 못박은 것이 최대 변수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전히 헌재 출석 여부를 놓고 고심중"이라며 "참모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 대면조사 역시 가능성이 있다 없다 아직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검 조사에 응하겠다는 기본 방침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순실씨(61·구속기소)는 2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증인신문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21일 헌재는 "최씨가 22일 16차 변론의 증인으로 나오지 않겠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지난 신문 때 아는 바를 모두 진술해서 더 이상 이야기할 게 없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최씨의 출석 거부로 16차 변론에서는 이번 탄핵심판 마지막 증인인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에 대한 신문만 이뤄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신문이 끝나는대로 박 대통령 직접 출석 여부에 대한 대통령 대리인단 답변을 들은 뒤 당초 24일로 지정된 최종 변론기일을 연기할지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남기현 기자 / 김태준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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