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2월 20일 뉴스초점-배고픈 사람들의 범죄
입력 2017-02-20 20:14  | 수정 2017-02-20 20:42
굶주린 두 남자.

한 사람은 분식집에 몰래 들어가 라면 2개를 끓여먹고, 2만 원과 라면 10개를 훔쳤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슈퍼마켓에서 라면과 요구르트 등 5만 원 가량의 물품을 훔쳤지요.

결국, 첫 번째 사람은 세 번째 절도라 3년 6개월의 중형을, 두 번째는 징역 8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최근 이런 생계형 범죄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1만 원 이하 절도는 2011년 약 1만 6백 건에서 지난해엔 1만 5천 건, 10만 원 이하는 약 4만 건에서 5만 건으로 늘었죠. 특별히 시민들의 도움과 경찰의 선처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들은 벌금을 내거나 징역을 살아야 합니다.

누가 징역을 살아 전과자가 되고 싶겠습니까마는 이들 대부분은 징역을 삽니다. 벌금은 30일 내에 현금으로, 그것도 일시불로 내야 하거든요. 이들이 돈이 있으면 생계형 범죄를 저질렀겠습니까.

2014년엔 무려 약 4만 3천 건의 생계형 범죄자들이 벌금을 내지 못해 징역형에 처해졌죠.

'벌금을 내지 못하니 징역이라도 살아라'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같지만, 좀 달리 볼까요.


1921년 핀란드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유럽에선 '일수벌금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벌금을 피의자의 소득에 따라 메기자는 거죠. 가난한 사람에겐 적게, 많은 자들에게 많게요. 그래야 이들이 벌금을 낼 수도 있고, 또 전과자 수도 줄일 수 있을테니까요.

혹시, 서울에 있는 '장발장 은행'을 아십니까? 생계형 범죄자들이 벌금을 낼 수 있도록 대출해주는 곳입니다. 담보도, 이자도 없고, 분납도 가능하죠.

해마다 신청자는 물론 후원자도 늘어 지금까지 434명이 대출을 받았고, 58명이 전액 상환했습니다. 지금도 230명이 대출금을 착실히 갚아가고 있죠. 그나마 어려운 생계형 범죄자들을 위한 유일한 도움의 창구입니다.

'범죄자를 도울 필요가 있느냐', '죄는 죄일뿐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속죄의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사회정의의 날'입니다. 장발장 4만 명을 만든 우리 사회가 진정 추구해야 할 정의는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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