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상승세를 탄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본격적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추격전에 나선다. 안 지사가 지난 17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지지율 22%(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참조)로 문 전 대표와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정책·호남·비문(비문재인)' 세 가지 키워드가 향후 안 지사 상승세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안 지사는 재벌개혁·법인세 인상 등을 주장한 문 전 대표와 비교할 때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때에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양강 구도를 형성한 만큼 안 지사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검증'은 경제 공약 등 정책적인 분야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 측 관계자에 따르면 "안 지사는 자신이 확실하게 소화한 것이 아니면 말하지 않는다. 후보 본인이 스스로 실수할 가능성은 낮다"며 안 지사가 향후 대선 국면에서 스텝이 꼬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보고 있다.
다만 경제 공약에 대한 '현미경 검증'에 따라 지지율에 변동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안 지사는 그동안 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다른 민주당 대선주자들보다 중도·보수층에서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향후 발표되는 경제 공약이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문 전 대표나 이 시장의 주장과 별다른 차이점을 보이지 못할 경우 확장 전략을 이어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안 지사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수현 민주당 전 의원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안 지사 경제정책 비전이 20일 발표된다고 밝혔다. 공식사이트 '안희정의 정책비전'을 통해 공개되는 이번 정책비전에는 공정한 시장경제·혁신형 경제성장·개방형 통상국가에 관한 비전이 담길 예정이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재벌개혁에 대한 안 지사 의지가 다른 후보보다 낮은 것이 결코 아니다"며 강도높은 재벌개혁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박 전 의원 역시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과제"라며 "김종인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국민과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경제민주화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호남에서의 지지율을 더욱 끌어올리는 것 역시 과제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지역별로는 영남·호남, 연령대별로는 20·30대에서 강세고 안 지사는 지역별로는 충청, 연령대별로는 50대 이상에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호남에서 상승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영남과 20·30대, 충청과 50대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지지층이 겹치지 않는다. 결국 겹치는 곳은 호남 뿐"이라며 "많은 당 관계짜들이 '민주당 대선후보는 호남이 결정한다'고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 역시 "결국 영남은 문 전 대표 손을 들어주고 충청은 안 지사를 지지할 것"이라며 "남은 곳은 호남과 수도권인데 호남에서 승리한 후보가 여세를 몰아 수도권까지 승리해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충청에서 문 전 대표를 처음으로 앞섰고 호남에서 지지율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며 "이번 주 전남과 전북을 차례로 방문해 지지세 확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문 의원'들의 합류 여부 역시 향후 안 지사의 당내 확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요 승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지지율이 20%를 넘어선만큼 안 지사 측은 이번 주 비문 의원들의 지지 선언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비문' 의원 중 참신한 모습을 보이는 의원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안 지사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가 2002년 '노무현 신드롬'을 만들었고 2012년 '안철수 현상'을 만들었다. 안철수나 노무현이라는 한 개인의 정치를 이어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을 제가 이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대교체'를 주장하는 안 지사 입장에서 의원들의 대거 합류가 기존 정치를 되풀이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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