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피살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부검결과 발표를 앞두고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가 한밤중 돌발 회견을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강 대사는 17일 밤 11시30분(현지시간)께 김정남의 시신인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앞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김정남 피살 사건 발생 후 내외신 기자들의 끈질긴 의견 표명 요구를 피해왔던 그는 이날 기자들 앞에서 준비한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날 회견의 내용은 자신들의 반대에도, 김정남 시신에 대한 부검을 강행한 말레이시아 측을 비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그는 '정치 스캔들'이라는 표현으로 최순실 사태를 표현하면서 곤경에 처한 한국 정부가 이번 김정남 피살 사건을 이용하면서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생떼에 가까운 주장도 폈습니다.
강 대사는 한국을 자신들을 해하려는 '적대세력'이라고 표현하면서 말레이시아 측이 적대세력과 결탁했다는 억지도 부렸습니다.
이날 강 대사의 돌발 회견은 말레이시아 경찰의 부검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북한과 중국에 머무는 김정남 유족 간에 시신 인도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시작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따라서 이날 회견은 독살 등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는 부검결과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히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북한 배후설'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돌발행동으로 보입니다.
주말을 전후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는 부검결과에 독살 등이 사인으로 나오면 북한과 김정은을 겨냥한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강력해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진행 중인 김정남 시신 부검이 자신들의 허가나 참관이 없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주장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심지어 그는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의 범죄 피해자 시신 부검을 '인권 위반의 정점', '기초적인 국제법과 영사법을 고려하지 않고 인권 침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강 대사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최순실 사태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 정부를 끌어들여 사건의 쟁점을 흐트러뜨리려는 시도도 했습니다.
그는 "남한 괴뢰 당국은 사상 최대의 정치적 스캔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음모로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며 황당한 주장을 폈습니다.
또 한국 내에서도 보수 세력이 김정남 암살 사건을 이용해 정권을 구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할 핑계를 찾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는 주장도 곁들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강 대사는 말레이시아가 적대세력과 야합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참지 않을 것이며, 이 사건을 정치화하고 국제 재판소에 제소하겠다는 등의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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