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재계 총수의 구속이 그룹내 핵심 계열사 주가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매일경제가 2011년 이후 그룹 총수가 구속된 SK, 한화, CJ, 태광, 오리온, 동국제강 등 기업들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태광을 제외한 모든 기업 주가가 구속 후 1년 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오른 5개 기업 중 가장 상승폭이 컸던 기업은 오리온이다. 오리온 총수인 담철곤 회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2011년 5월 26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구속됐다. 구속영장 청구 직전일이었던 그 해 5월 25일 오리온의 주가는 43만 5000원이었다. 1년 뒤인 2012년 5월 25일 오리온의 주가는 87만원까지 치솟았다. 1년새 주가가 100% 상승한 것이다.
같은기간 코스피가 10%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주식시장이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도 오리온은 꿋꿋히 주가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실적 측면에서도 오리온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2011년 매출액 1조 9126억원, 영업이익 2151억원이던 실적은 이듬해 매출액 2조 3680억원, 영업이익 2647억원으로 증가했다.
2015년 4월께 횡령혐의로 구속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부재 역시 동국제강 주가엔 악재가 되진 않았다.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직전일이었던 2015년 4월 22일 동국제강 주가는 6370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1년 뒤인 2016년 4월 22일 주가는 9490원까지 올랐다. 동국제강은 철강업종 불황과 재무건전성 악화로 고생하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3월 253%에 육박하던 부채비율을 2016년 3월 189.9%까지 낮춰 재무구조를 개선시켰다.
이 밖에도 이재현 CJ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구속된 지 1년이 지난 후 CJ(38%), SK(20%), 한화(3%) 주가도 모두 상승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룹사 핵심 업황의 구조적인 성장세가 나타나는 경우엔 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CEO리스크의 주가 영향은 대체로 미미했다"면서도 "과거 주요 대기업 CEO가 구속기소되거나 법리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주가 파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태광이 총수 부재가 기업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기업이다. 태광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구속되기 직전인 2011년 1월 18일 주가가 142만 1000원이었지만 1년 후 134만원으로 약 6% 감소했다. 이 기간 코스피도 9% 감소했다. 이후에도 신성장동력 발굴과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못한 태광은 현재까지 실적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를 타던 삼성전자 역시 주가 추이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게된 것은 사실이다. 그룹사 핵심 업황과는 별개로 삼성그룹은 올해 지배구조 개편이슈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 갤럭시노트7 발화사건에 이어 총수 구속까지 이어지면 글로벌 평판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은 (총수 부재로 인해) 미래사업 확대나 향후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추진력이 덜해지고, 지배구조 개편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며 "다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큰 폭 실적 개선이 2018년까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에 주가가 많이 떨어진다면 오히려 매수 기회"라고 밝혔다.
[윤진호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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