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17일 새벽 구속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기업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비록 열흘 남짓한 시간이 남았지만 수사기간 연장 가능성이 남아있으며, 그간 수사지원단 차원에서 확보한 자료가 있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65)에 대한 조사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될 당시에 기각 사유로 뇌물수수자인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없다고 밝혔던 것과 달리 이번에 영장이 발부됐다는 점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도 그에 대한 범죄혐의가 어느정도 소명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박 대통령과의 대면조사 일정을 놓고 조율을 진행중이다.
특검은 그간 다른 대기업 수사는 삼성 수사를 끝마쳐야 진행한다고 말해왔다. 또 남은 기간을 고려할 때 다른 대기업 수사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전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60)에게 수사기간연장 요청서를 보냈으며, 특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도 수사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특히 정식 수사팀과 별개로 정보수집 업무를 하고 있는 수사지원단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와 더불어 언론 보도 등으로 밝혀진 자료를 꾸준히 수집해왔다.
현재 삼성 이외에 강도높은 수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SK다. SK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111억원 출연의 대가로 최태원 SK 회장의 사면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은 지난달 16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최 회장의 사면을 검토했고,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을 통해 사면 사실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 자리에서 사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의 경우 서울 시내 면세점 재탈환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탈락해 월드타워점 문을 닫았던 롯데는 지난해 4월 29일 정부가 대기업 3곳에 추가로 면세점을 내주겠다고 결정하면서 다시 특허권을 찾아왔다. 특히 그해 3월 14일 신동빈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하고 그 직후 정부에서 신규 면세점 특허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이 의심을 사고 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와 관련해 청탁이 있었는지가 관심사다.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2015년 11월 27일 박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사면에 관한 청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좌파 성향의 영화를 만든다"는 지적도 받았고, 이후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현 정권 성향에 맞춘 영화 제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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