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가 16일 태국에 오픈마켓을 열었다.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어 4번째 해외 진출이자 지난해 7월 현지법인을 세운지 5개월여 만이다.
11번가는 현지 회사와 손잡은 터키 등과 달리 100% 출자 자회사로 태국 현지법인을 세웠다. 진출 3년 만에 터키 오픈마켓 시장 1위 사업자로 오르는 등 해외사업에 자신감이 붙은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장성장성을 내다봤을 때 자회사가 유리했다는 게 11번가 측의 설명이다.
11번가 뿐만 아니다. 태국에는 이미 GSSHOP, 현대홈쇼핑,CJ오쇼핑 등 국내 주요 홈쇼핑 업체가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TV홈쇼핑과 함께 온라인몰을 운영 중이다.
IT업체도 최근 움직임이 빨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태국에서 삼성페이 사전 체험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이달 8일 정식 서비스를 열었다. 미국, 중국, 스페인 등에 이은 삼성페이의 10번째 상용 서비스 시장이다.
SK텔레콤도 지난 6일 태국 CAT텔레콤과 IoT(사물인터넷) 전용망 구축과 기술 컨설팅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국영통신사인 CAT는 전화, 인터넷, 이동통신, 국제전화 같은 망 서비스는 물론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서 주목받는 통신사업자다.
SK텔레콤은 또 CAT, 엔에이치엔한국사이버결제(NHN-KCP)와 함께 3억바트(약 100억원)를 들여 현지 전자결제서비스(PG) 회사인 트리페이도 설립했다. 11번가도 이 페이를 이용한다.
이같은 움직임은 무엇보다 태국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태국 이커머스 규모는 15억8000만달러(약 1조8114억원)로 오는 2020년이면 40억달러(약 4조58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인 5.5%의 4배에 달하는 20%씩 매년 시장이 급성장하는 셈이다.
태국은 전국망이 보급되기 전 스마트폰이 들어오면서 빠른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 변화를 겪은 국가다. 인구 6800만명의 국가에서 중복 가입자를 포함한 모바일 가입자 수가 9890만명에 이르지만 4G LTE 서비스는 지난해 상용화됐다. 빨라진 이동통신 속도로 이커머스 시장도 급속도로 커졌고 유통, 교통, 물류 등의 산업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내 모바일 비중은 지난해 28%에서 2020년 45%까지 뛸 것으로 보여 모바일 쪽 잠재력이 크다. 태국은 10여개의 글로벌 또는 현지 회사가 PG 시장에서 각축 중이지만 1위 사업자의 비중이 두드러지지 않고 전체 유통시장에서 PG가 차지하는 비율도 1%로 초기 단계다. 그만큼 시장 확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고, 선점할 경우 인근 동남아 국가로 확대도 용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 주요 국가 발전 전략으로 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내세우고 '태국 4.0'를 시행 중이다. 태국 4.0은 국가 디지털화 로드맵으로 기초적인 IT 인프라와 기술 발전은 물론 의료·교육·편의시설 등 다방면에서의 디지털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화폐없는 사회를 목표로 정부가 나서서 소규모 상점에 체크카드 결제 단말기를 보급하는 등 핀테크 사업에 열의를 보이면서 글로벌 IT 기업의 주목도도 높아졌다. 중국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바바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인수한 라자다를 통해 지난해 말 태국 정부와의 계약을 따낸 것도 이 때문이다.
동남아를 포함한 아세안 지역의 이커머스 성장도 빼놓을 수 없다. AT 키너리 리포트는 아세안 이커머스 시장이 5년 내 미국 시장을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아세안 국가는 이미 글로벌 기업이나 자국 기업이 자리를 잡은 만큼 동남아에서의 도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동남아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매년 17%씩 늘어 2020년에는 250억달러(약 28조5125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카드사인 마스터카드에 의하면 동남아 온라인 이용자 중 80% 이상이 3개월에 한 번은 온라인 쇼핑을 한다. 특히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소비자가 싱가포르의 오픈마켓에서 쇼핑하는 식으로 동남아 내 이커머스 교류도 활발하기 때문에 시장 안착이 중요하게 됐다.
우리기업으로서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영향도 한몫한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다방면에서 제재를 가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게 되자 더이상 중국만을 바라볼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것이다. 매출 내 중국 비중이 높을수록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의 경우 시장은 아직 작지만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르고 국가간 시장 유사도가 높다는 이점이 있다"며 "태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관련 산업 확대에도 적극적이어서 앞으로도 국내 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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