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피살됐다.
15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남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룸푸르 공항에서 독극물에 의해 피살됐다.
이날 김정남은 마카오행 비행기을 타려다 공항 쇼핑구역에서 공격을 당했다고 알려졌다. 독극물에 의해 숨진 김정남은 공항에서 20~30분 떨어진 푸트라자야 병원에 안치됐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김정남의 시신은 이 병원 법의학부에서 부검 절차를 밟고 있다.
김정남의 피살 과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북한 요원으로 추정되는 2명의 여성의 공격을 당했다는 게 여러 매체들의 공통된 보도다. 다만 이 여성들이 독침, 독극물 헝겊, 독극물 액체 등을 이용했다는 보도가 엇갈려 나오고 있다.
북한 대사관은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말레이시아 당국에 요청한 상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신원 미상의 여성 2명을 쫓고 있다.
◆ 지속적인 암살 위협…'백두혈통' 적장자 끝내 숨져
김정은이 북한 권력의 정점에 오른 뒤 백두혈통 적장자인 김정남의 목숨은 위협을 받았다.
김정남은 김정일이 북한 영화배우 성혜림 사이에서 얻은 아들이다. 특히 순수 북한 여성이 낳은 '백두혈통'의 적장자다. 반면 김정은은 김정일이 셋째 부인 무용수 고영희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고영희는 재일교포 출신이다.
김정남은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 등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랐지만, 김정은은 손자로 인정받지 못했고 김일성을 생전에 만나지도 못했다고 알려졌다.
과거 김정일은 정권 강화를 위해 '백두혈통론'과 '곁가지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것이 김정은 승계 과정에서 정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고 김정남이 눈에 가시가 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김정남은 지난 2010년 일본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인터뷰가 당시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남, 왜 김정일 뒤 잇지 못했나?
한때 권력 계승 1순위였던 김정남은 해외를 떠돌다 사망했다. 개혁개방을 외치다 김정일 눈밖에 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1980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학교로 유학을 떠났고 제네바 종합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1990년대 귀국해 북한 국가보위부 간부를 지냈고 후계 수업까지 받았다.
하지만 김정일은 체제 유지를 위해 김정남의 개혁개방적인 성향에 대해 우려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후계구도에서 점차 밀려났다.
또 2001년 5월 위조 여권으로 일본 나리타 공항에 입국하려다 추방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김정남은 아들과 두 명의 여성을 대동하고 있었다. 이 사건이 국내외에서 보도되면서 김정남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정일 생전 가끔 평양에 드나들었던 김정남은 김정은의 집권 이후 북한에 입국하지 못했다. 북한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땅'이 되자 김정남은 마카오와 동남아 국가들을 떠돌다 피살당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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