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여의도 新투자 트렌드] 미국 스타벅스 가맹점에 베팅하는 자산가
입력 2017-02-14 17:34  | 수정 2017-02-14 23:53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 미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부도율이 뚝 떨어져 최근 이에 투자하는 상품이 국내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만기가 1년 안팎으로 길지 않은 데다 매월 배당을 통해 연 5~7% 수익률까지 안겨주고 있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분석되고 있다. 증권사와 운용사들도 앞다퉈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대출채권 펀드나 대출채권 기타파생결합증권(DLS) 등을 내놓고 있다.
14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출시될 미국 소상공인 대출채권 펀드에 대한 투자자 가입 문의가 IBK기업은행 PB들에게 쇄도하고 있다. 대신증권이 국내 운용사와 함께 설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 펀드는 사모 형태이며, 최대 300억원 규모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기는 7개월이고 판매보수 등 각종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연환산 기대수익률이 5% 넘는다. 매월 배당수익을 챙겨주고 만기 시 원금도 돌려준다. IBK기업은행의 한 PB는 "아직 나오기도 전인데 반응이 뜨거워 많은 고객이 예약을 걸어두고 기다리고 있다"며 "만기도 길지 않아 여윳돈을 잠시 묻어두려는 자산가들에게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미국 소상공인 대출채권 펀드'는 미국의 인컴펀드인 '다이렉트렌딩 펀드'에 투자하는 일종의 재간접펀드다. 다이렉트렌딩 펀드가 미국 소상공인들에게 사업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배당을 주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소상공인들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연매출이 10억원이 넘는 스타벅스나 버거킹과 같은 대형 가맹점주들이다. 미국에서는 금융위기 이후부터 이런 소상공인들이 10억원 이내 자금을 빌릴 때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은행 대신 대출중개 전문업체인 '렌딩플랫폼업체'를 찾아간다. 이 렌딩플랫폼업체가 대출을 위해 만든 펀드에 국내 투자자들이 다시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의 소상공인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이 같은 상품은 작년부터 국내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사모로 조성되고 있다. 국내에서 미국 소상공인 대출채권 펀드를 주로 운용하는 운용사들은 JB자산운용과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이다.
작년 6월 JB자산운용이 출시한 'JB US핀테크 인컴펀드'는 당초 목표 모집액인 100억원의 3배에 달하는 300억원이 몰려 나흘 만에 완판됐다. 이 펀드 만기는 13개월이며 연수익률은 7%(수수료 제외)에 달한다.
펀드가 아닌 DLS로도 미국 소상공인 대출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미국 렌딩플랫폼업체인 마켓플레이스가 소상공인 대출을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의 선순위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사모 DLS를 발행했다. 만기는 2년이며 수익률은 연 6~7%(수수료 제외) 선이다. 단일 사모 DLS가 한 해 동안 400억원어치 팔려 나갔는데, 이는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사모펀드에 대한 재간접펀드가 허용되는 올해부터는 공모로도 이 같은 대출채권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대출 재테크'가 한층 더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대출을 받아가는 미국의 중소 상공인들에 대한 분석이 쉽지 않다는 점은 상당한 리스크다. 국내 투자자들이 채무자들의 리스트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신용도나 영업 현황 등을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형욱 골든브릿지자산운용 팀장은 "미국 렌딩플랫폼업체들이 집계하고 있는 채무자들의 부도율은 채 5%가 되지 않는다"며 "최근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소상공인들 실적이 개선됨에 따라 부도율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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