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종범, 미르·K재단 관계자에 증거인멸 요구정황 드러나
입력 2017-02-14 16:48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사건 관계자에게 증거인멸을 요구했던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75)의 검찰 조사 직전 "잘 부탁드린다"는 당부 전화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 씨(61·구속기소)와 안 전 수석의 11회 공판에는 정 전 이사장과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55)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 전 수석은 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혐의(직권남용 등) 외에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이사는 "안 전 수석의 요청으로 정 전 이사장에게 '검찰에서 안 전 수석이 재단 이사장을 추천했다는 얘기 등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정 전 이사장 역시 "검찰 조사 당일 아침 안 전 수석이 직접 전화해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고, 검찰 조사 다음날에도 전화로 '고맙다, 고생하셨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제가 (안 전 수석 얘기를 검찰에 하지 않고)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그걸 알고 고맙다고 한 것이라 짐작했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당시 안 전 수석의 통화내역을 공개하면서 "정 전 이사장과 통화한 후 전국경제인연합회, 김 이사,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48·구속기소) 등과도 통화했다"며 "검찰 조사를 앞둔 이들에게 정 전 이사장의 조사 내용 등 수사 상황을 전파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K스포츠재단이 최씨의 사익 추구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정황도 법정 증언으로 다시 한번 드러났다. 정 전 이사장은 "재단 설립 초기 노승일 부장과 정현식 사무총장이 수억원대 외부 용역 사업을 발주하겠다고 보고해 '걸음마도 못 뗀 애가 뛰는 격'이라면서 묵살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후 정 전 이사장은 취임 2주 만에 물러났고 후임으로 최씨 측근 정동춘 이사장이 부임했다. 검찰 수사에서 정 전 이사장이 제지했던 용역 사업은 최씨 개인회사 더블루K가 수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같은 법원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는 류철균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51·필명 이인화)의 업무방해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류 교수 측은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62·구속기소)의 지시를 받아 정유라 씨(21)에게 학점을 준 사실 등은 인정하지만 법리적으로 죄가 되는지에 대해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정주원 기자 /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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