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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맨쉽의 추웠던 겨울, 그리고 새로운 도전
입력 2017-02-14 09:13  | 수정 2017-02-14 09:18
FA 시장에 나온 후 차가운 시장 분위기를 느껴야 했던 맨쉽은 자신을 진정으로 원했던 NC의 손을 잡았다. 사진(美 투산)= 김재호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투산) 김재호 특파원] 지난 겨울은 새로운 팀을 찾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유난히 추웠다. 각 구단이 엄격해진 사치세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저마다 지갑을 꽁꽁 잠그면서 선수들이 팀을 찾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제프 맨쉽(32)도 그중 한 명이었다. 지난해 12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연봉 조정 자격 부여를 거부해 논 텐더로 방출된 그는 새로운 팀을 찾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약간은 절망스러웠다. 나말고도 많은 선수들이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이적시장은 너무 느리게 흘러갔다."
지난 12일(한국시간) NC다이노스 스프랭캠프가 차려진 에넥스필드에서 만난 맨쉽은 지난 겨울을 떠올렸다. FA가 된 그에게도 한국 팀들과 일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연락을 해왔다. 메이저리그 팀중에는 메이저리그 계약까지 언급한 팀도 있었다. 그러나 답답하게도 "관심이 있다"는 말만 할뿐, 더 진전되는 것은 없었다. 시간은 가고, 달라진 것은 없었다. 팀들은 여전히 관심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이상의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그에게 손을 내민 팀이 바로 NC였다. "이 팀이 나와 계약하고 싶은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 나를 원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정말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그는 NC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는 NC와의 계약을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회"라고 표현했다. "아내와 상의하며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도 어떤 후회는 없다. 새로운 도전이고, 내 야구 경력에 새로운 챕터다. 훗날 돌이켜봤을 때 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할 것이다. 눈앞에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그냥 앉아서 무언가를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를 생각했을 때 이 대단한 기회를 잡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었다."

리오단의 충고 "팀의 일원이 돼라"
새로운 팀으로 가기 전, 그는 한국 야구에 익숙한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지금은 팀 동료가 된 에릭 해커는 2011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함께한 인연이 있어 그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2013년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함께 뛰었던 코리 리오단과도 얘기를 나눴다. 2014년 LG트윈스에서 뛰었던 리오단은 그의 기억에 남을 말을 해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을 바꾸려고 노력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들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고, 이곳을 미국이나 메이저리그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했다. 자신만의 루틴은 지키되, 동료들을 밀어내려고 하지 말고 일원이 되라고 했다."
리오단의 말에 깊은 인상을 받은 그는 자신이 하던 것과 팀에서 새롭게 배우는 것을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참가중인 스프링캠프는 팀의 일원이 되기 위한 과정이다. 맨쉽은 "완전히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가장 큰 차이는 일과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도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은 똑같지만, 점심 때쯤 일과가 끝나서 선수들이 골프를 치러가고는 한다"고 둘을 비교했다.
오후 3~4시까지 이어지는 훈련은 처음이지만, 싫지는 않다. "정말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나도 더 자극받아서 하게 된다. 이 캠프가 끝나면 정말 좋은 몸상태가 될 거 같다"며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맨쉽은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두산과의 첫 시리즈, 기대된다
맨쉽은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메이저리그 시즌을 소화하며 처음으로 월드시리즈를 경험했다. 월드시리즈에서 뛴 기분을 묻는 말에 "정말 재밌었다"고 답한 그는 이내 상기된 표정으로 당시를 회상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어떤 분위기일지 감이 안잡혔다. 우리 팀에는 월드시리즈를 경험한 선수가 (마이크) 나폴리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는 조금 더 긴장됐다. 첫 경기는 추웠고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2차전 1/3이닝 1피안타 1볼넷). 두 번째 경기는 조금 더 따뜻했고 결과도 좋았다(6차전 2/3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마지막 경기를 잘던져서 기분이 좋았다. 양 팀이 모두 오랜시간 우승을 못해서 주목받은 시리즈였는데 일원이 될 수 있어서 축복받은 느낌이었다."
당시 클리블랜드는 4차전까지 3승 1패로 앞서고도 세 경기를 내리 패하며 3승 4패로 시카고 컵스에 우승을 내줬다. 그는 "우리 팀은 많이 어려웠다. 선발도 다치고 어려운 일이 많아다. 컵스도 정말 좋은 팀이엇지만, 우리에게는 힘든 결과였던 것은 틀림없다"며 당시 느꼈던 아쉬움에 대해 말했다.
그의 새로운 소속팀 NC도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둘 사이에 결승에서 주저앉았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지적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모두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챔피언이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조금은 알게됐다. 상대가 우승을 기뻐하는 것을 필드에서 축하하는 것은 절대 원치 않는다. 축하하는 팀이 되고싶지, 받는 팀이 되고싶지는 않다. 두산은 좋은 팀이지만, 모두가 이기고 싶어한다. 두산과 첫 시리즈가 정말 기대된다. 둘 사이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둘의 대결은 역사가 될 것이다."
맨쉽은 2017시즌 NC의 개막 2선발로 출격할 예정이다. 선발 등판은 2014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 트리플A 르하이벨리에서 경험한 이후 처음이다.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육체적 인내력과 팔힘을 키우는 것이다. 불펜은 언제 등판할지 모르기 때문에 루틴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령 달리기를 한다고 해도 오늘 던질지도 모르니 전력으로 하지 않게된다. 그러나 선발은 정해진 일정이 있기 때문에 훈련에 집중할 수 있다. 선발로 던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선발이 어떤지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2014년이 마지막이었으니 아직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말 재밌게 하고 싶다"며 한국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나는 아주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새로운 문화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은 이 팀과 계약하게 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였다. 무언가 다른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경기장에서는 시즌 내내 건강을 유지하며 가능한 많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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