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출 옥죄기, 중도금 이어 이주비도 `불똥`
입력 2017-02-13 18:03  | 수정 2017-02-13 20:17
금융당국의 집단대출 총량 규제 불똥이 중도금 대출에서 이주비 대출로 옮겨붙었다. 1만1106가구 규모 대단지이자 서울 강동구 간판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아파트가 재건축을 앞두고 이주비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일 금융권과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다음달 23일까지 이주비 대출 은행을 선정하기로 하고 주요 시중은행들과 대출한도를 협의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가계부채 확대를 염려한 본사 차원의 대출한도 축소 때문이다.
이주비 대출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기존 아파트에 대한 철거가 시작될 때 소유자들이 대체 거주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대출이다. 조합 관계자는 "상가 소유자를 포함한 조합원 6239가구가 가구당 평균 약 3억원의 이주비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협의 중인 9개 시중은행이 은행별로 1000억원 이하의 자체 한도를 내세워 대출 수요 절반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다음달까지 이주비 대출 한도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 5월로 예정된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지연돼 사실상 재건축 자체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는 대출이 되고 일부는 대출이 안 될 경우 형평성 문제 때문에 사실상 이주비 대출이 무산되는 것"이라며 "당초 올해 1월로 예정됐던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5월로 늦춰진 것 역시 이주비 대출 협상 난항 때문"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조합이 요구하는 이주비 대출 한도 배정에 미온적인 이유는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와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강화 때문이다. 금융당국 총량 규제로 이미 강남 4구 대단지 신규 분양 아파트인 고덕그라시움 등이 중도금 대출은행 선정에 난항을 빚은 바 있다. 둔촌주공 역시 은행 차원의 자체적인 대출 조이기 여파로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1만가구가 넘는 대단지 물량은 은행 차원에서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이주비 대출은 입주 시점까지 개별 대출자가 아니라 조합과 건설사 리스크를 따져야 하는데 최근 주택시장을 고려할 때 대단지 분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미지수이고 사실상 상환 주체인 건설사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특히 이주비 대출 은행으로 선정되면 향후 중도금 대출(분양가의 60%)이나 잔금 대출(분양가나 KB시세의 70%) 등 덩치가 큰 또 다른 집단대출을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은행들은 이른바 '대단지 아파트의 역설'에 고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합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은 담보대출이어서 리스크가 크지 않은데 은행들이 본사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으로 못 나서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송파구 소재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현재의 금융당국 방침이 유지되는 한 둔촌주공의 이주비 대출 난항 사태는 잠실주공5단지 등 일대 대규모 재건축 예정 아파트들로 불똥이 튈 것이라는 게 강남 4구 일대 은행 지점장들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석우 기자 /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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