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선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후분양제
입력 2017-02-13 17:10  | 수정 2017-02-13 19:21
후분양제가 의무화하면 건설사들은 법에서 정한 공정률 이상 건설한 다음에야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게 된다. [매경DB]
정치권에 이어 정부에서도 후분양제 의무화 도입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조기대선이 확실시되는 향후 정국에서 후분양제는 부동산 정책 관련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야당에서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는 등 후분양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과 맞물려 있다. 부동산 시장은 최근 2년여 사이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신규 아파트 청약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결국 실수요보단 투기 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이 시세차익을 독식했고 분양가는 높아졌다. 반대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더욱 힘들어졌다. 후분양제 옹호론자들은 이 모든 악순환의 시작이 소액으로도 분양권 전매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선분양제라고 주장한다.
후분양제는 주택 후불제와 같은 개념이므로 분양권 개념이 없다. 당연히 분양권 전매도 없으므로 투기 수요의 유입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주택 가격변동성도 낮아진다. 국토연구원이 2015년 말 발간한 '성숙사회를 향한 국토·도시 분야 규제개선 방향 연구'에서도 후분양제 의무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성숙사회에 맞지 않는 규제 중 하나로 선분양제를 언급하며 "선분양제는 주변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공급받는 소수 수분양자와 건설 금융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사업자에게 자본이득이 돌아가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후분양제 도입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선분양제에서는 사업자가 공사대금을 충당하기 위해 수분양자들에게 몇 차례에 걸쳐 중도금을 받는다. 대부분 수분양자가 기존 집을 팔기 전까진 중도금을 낼 돈이 없기 때문에 중도금 집단대출이 필요하다. 여전히 중도금 집단대출은 가계부채의 양적 증가를 부채질하는 장본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분양제가 유지되더라도 중도금대출 은행 선정 여부를 분양공고문에 명시하도록 해 실수요자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분양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1977년 주택법 개정 이후 지금껏 우리 주택공급시스템은 선분양제에 맞춰져 있었는데 이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분양권 불법전매 등 투기근절을 막겠다고 주택공급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후분양제는 잘만 된다면 소비자가 상품을 보고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최상이지만 우리 사회 현실은 아직 후분양제를 전면 도입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분양권 전매가 늘어나는 것 또한 저금리와 대체 투자처 부족이 원인이지 선분양제 탓으로 돌려선 안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충분한 준비 없이 후분양제를 의무화하면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것이 분양가 상승이다. 후분양제하에선 사업자가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하거나 금융권에서 조달해야 한다. 중도금 집단대출과 달리 공사비용 대출은 금융권에서 깐깐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묻지마 분양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늘어난 금융비용은 결국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후분양제가 의무화하면 집값 양극화만 야기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심리가 안 좋을 때 후분양이 강제되면 신규주택 공급을 축소시키고 기존의 입지가 좋은 지역의 집값만 급등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후분양은 주거복지와 경기 어느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에서 사업주체는 토지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해당 토지가 저당권·가등기담보권·가압류 등으로 분쟁 상태에 있지 않다면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선분양이 가능하다는 뜻이지 후분양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장 상황에 맞춰 사업자가 선분양, 후분양 중 적절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심 교수는 "선분양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사업자들이 알아서 후분양으로 사업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 및 준비 없이 포퓰리즘 공약 성격으로 후분양제 의무화를 밀어붙이는 경우다. HUG가 후분양제 도입의 장단점과 시장영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준비하는 것 역시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할 논리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HUG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아직 후분양제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정책과제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현실성을 점검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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