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단 좋은건 다 따라해" 금융권 `미투 전략` 봇물
입력 2017-02-13 16:29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든 금융사들의 베끼기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한 상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 곧바로 비슷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아예 내부 조직과 업무 시스템까지 비슷하게 만드는 '미투(Me Too)' 전략이 봇물터지듯 확산되고 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 핀테크 서비스 분야에서 베끼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신한은행이 국내 최초로 모바일 전용 자동차대출 '써니 마이카 대출'을 내놓자 KB국민은행(모바일 매직카대출), 우리은행(위비 모바일 오토론), NH농협은행(간편 오토론)도 자사 모바일 앱을 이용한 100% 비대면 자동차 담보 대출을 출시했다. 지난해 2월 신한은행 상품이 출시 6개월만에 대출액 2000억원을 돌파하며 인기몰이를 하자 다른 은행들도 부랴부랴 비슷한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인 것. 지점 방문 없이 자동차 구입시 대출 등 모든 절차가 하루안에 끝난다는 점까지 다른 은행들이 똑같이 모방하자 올들어 신한은행은 신차 구입때 뿐 아니라 기존 차 담보대출도 가능하도록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고 나섰다. 하루 차이로 출시돼 '원조' 논란이 붙은 서비스도 있다. 지난달초 KB국민은행이 50~60대 시니어 고객을 겨냥한 모바일 전용 서비스 '골든라이프 뱅킹'을 내놓자 하루뒤 신한은행은 시니어 타깃 모바일 은행앱 '미래설계 포 유'를 내놨다. 둘다 단순히 은행 서비스만이 아니라 건강, 여행, 일자리 등 해당 연령대 고객들이 관심많은 분야의 정보제공과 할인혜택 같은 비금융 서비스까지 한데 모은 통합 플랫폼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와관련해 KB국민은행은 서비스 출시일 자체가 빨랐던 만큼 신한의 '미투' 전략을 의심하는 반면 신한은행은 출시는 늦었지만 앱 출시전 개발내용이 미리 알려지자 KB가 발빠르게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다. 신한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도입한 유연근무시스템인 '스마트근무제'는 올들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도 본격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신한은행이 선보인 이 제도는 재택근무,·스마트워킹센터, 근무·자율출퇴근제 3가지 근무시스템을 합친것으로 직원들이 많으면 일주일에 사흘을 집 또는 서울역, 죽전 등 수도권 5곳의 스마트워킹센터로 출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해진 근무시간만 채우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게 해 워킹맘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비용절감을 위해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인근 점포를 묶는 소그룹제도인 지역거점점포제는 신한은행(커뮤니티제)과 KB국민은행(자율경영 지역본부제)이 거의 동시에 도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처음 내놓아 출시 9개월만인 이달 20만건 계약 돌파를 눈앞에 둔 메가히트 상품인 '어린이 할인 자동차보험' 따라하기 바람이 거세다. 어린 자녀를 둔 가입자의 사고위험이 낮다는 통계를 토대로 지난해 5월 현대해상이 만 6세 미만 자녀가 있는 운전자의 차보험료를 최대 7년간 7% 할인해주는 차보험 특약을 내놓자 곧바로 KB손해보험, 동부화재, 메리츠화재가 똑같은 특약을 줄줄이 출시했다. 현대해상은 특약 출시 당시 손해보험협회에 타사 모방 출시를 일정기간 막는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했지만 기각돼 미투 상품 출시를 지켜봐야만 했다. 대신 이달초 현대해상은 유병자 보험(간편심사 보험)인 '간단하고편리한건강보험'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해 미투 상품 범람을 최소 3개월간 막을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따른 은행간 경쟁 심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준비에 따른 비용 확대 등 악재가 잇따를 것"이라며 "금융사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따라하기 전략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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