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밸런타이데이' 더이상 연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입력 2017-02-13 07:42 
밸런타이데이/사진=연합뉴스
'밸런타이데이' 더이상 연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매년 밸런타인데이만 되면 초콜릿과 과자 꾸러미를 한 아름 들고 귀가힙ㄴ;다. 직장 내 최고 인기남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저 함께 일하는 '여자'가 많을 뿐입니다.

김씨는 "처음 입사했을 때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마다 왜 이런 선물을 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시간이 지나다 보니 회사 생활을 원만하게 하려고 돌리는 일종의 '성의 표시'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연인에게 선물을 주며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었던 밸런타인데이가 이제 지인과의 관계를 확인하는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너와 나는 친밀하다'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날을 활용하는 '한국형' 밸런타인데이가 자리 잡은 것입니다.


13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2013년부터 올해 2월 7일까지 블로그(5억9천만건), 트위터(93억건), 커뮤니티(4천600만건), 인스타그램(8만8천건) 등 SNS에 언급된 연애 기념일(○○데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각종 기념일 가운데 화이트데이(216만3천건)와 밸런타인데이(198만5천 건)가 언급량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밸런타인데이와 관련해 가장 많이 연관어로 등장한 인물은 '친구'였습니다.

'친구'라는 단어는 2013년부터 한해도 빼놓지 않고 밸런타인데이 관련 인물 언급량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오빠, 커플, 남자친구, 여자친구는 매년 순위를 바꾸며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다음소프트는 "분석 결과를 보면 밸런타인데이 연관 인물에 이웃, 스승, 선생님, 부모님도 등장한다"며 "최근에는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밸런타인데이를 챙기는 일이 많아지는지 관련 인물로 '아이'도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으로 밸런타인데이를 챙기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입니다.

밸런타인데이 관련 '카카오톡' 언급량은 2014년 492회였지만 2015년 1천75회로 언급량이 늘었습니다.

다음소프트는 "메신저로 선물을 보내는 '기프티콘' 사용이 잦아지면서 만나지 않고 선물을 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며 "다만 인증샷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스타그램에서는 밸런타인데이 해시태그에 카카오톡, 기프티콘의 언급량이 많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밸런타인데이가 사회적으로 친밀함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화했다고 진단합니다.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사람들은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확인하고 이를 돈독하게 만들려는 심리가 생기는데 각종 연애 관련 기념일도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밸런타인데이는 여성이 남성에게 선물을 주는 날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남성이 여성에게도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선물 자체의 의미가 커지면서 주변 지인에게 마음과 정을 표현하는 날로 확장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애정 고백이라는 밸런타인데이 고유의 의미가 있을 때는 직접 선물을 주는 게 맞지만 가벼운 관계의 지인에게 이는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만나서 선물이나 편지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에 메신저 앱을 통해 밸런타인데이 챙기기가 유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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