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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돈 로치 "젊은 팀 kt, 발전 돕고 싶다"
입력 2017-02-13 06:01 
kt 새 외국인 투수 로치가 불펜 투구를 하는 모습. 사진(美 투산)= 김재호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투산) 김재호 특파원] 인터뷰를 위해 회의실에 그가 들어왔다. 훈련을 마친 뒤 편안한 옷차람을 한 그는 잠시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확인했다.
노란색 배경의 한국산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 메신저를 사용하는 걸 보니 한국사람이 다됐다는 농담에 웃으면서 "아직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kt 위즈의 새 외국인 투수 돈 로치(27)는 낯선 나라에서 시작할 새로운 선수 인생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캠프와 다른 건 확실하다. 재미도 있고, 정말 열심히 훈련한다. 지금까지는 괜찮다."
아직 익숙한 미국땅이지만, 낯선 팀과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로치는 kt 캠프에서 지금까지 함께한 느낌에 대해 말했다. 메이저리그보다 긴 훈련 시간도, 훈련 때 기합을 넣으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도 많이 낯설지만 서서히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그가 kt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중 하나는 팀의 감독이 투수 출신이라는 점. 메이저리그에서 보기 힘든 투수 출신 감독(2017시즌 기준으로 메이저리그의 투수 출신 감독은 30개 팀 중 3명이다)을 kt에서 만난 그는 "투수의 생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서 정말 좋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투수는 여러 면에서 야수와 다른데, 이것을 감독이 이해해주니 정말 좋다"며 김진욱 감독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잦은 이적? 그만큼 변화에 익숙하다
2010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15순위로 LA에인절스에 지명된 그는 이적을 반복하며 순탄치 못한 생활을 했다. 2012년 5월 에인절스가 우완 투수 에르네스토 프리에리를 받아오는 과정에서 내야수 알렉시 아마리스타와 함께 파드레스로 팀을 옮겼고, 이후 6개 팀을 더 옮겨다녔다.
파드레스에서는 미래가 있었다. 2012년 캘리포니아리그(상위 싱글A) 미드시즌 올스타에 뽑혔고, 이후 각 단계를 거쳐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16경기에서 30 1/3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4.75를 기록했다.
최근 두 시즌동안은 6개 팀을 경험하며 험난한 생활을 했다. 2015년에는 시카고 컵스, 신시내티 레즈,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거쳤지만, 빅리그 무대는 컵스 유니폼을 입고 한 경기 선발로 나와 3 1/3이닝 8피안타 4실점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지난 시즌에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다 8월초 방출됐고, 이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거쳐 다시 자유의 몸이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4경기에 나와 5 1/3이닝을 던져 5자책점을 허용했고, 트리플A에서는 2개 팀(타코마, 톨레도)에서 27경기(선발 22경기)에 나와 9승 7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9월초 마지막으로 합류한 오클랜드에서는 콜업 기회를 얻지 못하며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 수많은 팀을 옮겨다닌 경험은 낯선 무대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됐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도 "나는 새로운 풍경, 변화에 익숙하다"며 KBO리그에 대한 적응을 자신했다.
로치는 지난 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며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젊은 팀, 내가 kt를 선택한 이유
그는 한국행을 택하기 전, 한국 무대를 경험중이거나 경험했던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롯데자이언츠 투수 브룩스 레일리, 삼성라이온즈에서 뛰었던 J.D. 마틴, 콜린 벨레스터 등이 그에게 조언을 했다. "좋은 얘기밖에 들은 게 없었다. 이곳 야구가 얼마나 멋지고 팬들이 좋은지에 대해 얘기했다. 한국에서 어떻게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해줬다." 이들 중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마틴과 벨레스터는 한국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있는 것 아닐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나쁜 시즌을 보냈지만, 그들도 팀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곳 팬들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KBO리그 막내 구단인 kt는 성적도 리그에서 막내다. 그동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며 신생팀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이기는 문화를 형성하는 단계에 있는 팀이라 할 수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터. 그러나 그는 "이것이 내가 이 팀을 택한 이유"라며 젊은 팀이라는 매력이 그를 마법사들과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팀이 발전하는 것을 돕고 싶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쌓은 경험을 통해 젊은 선수들을 돕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싶다."
한국에서 상대할 타자중에는 옛 팀동료도 있다. 시애틀 시절 함께했던 롯데자이언츠 4번 타자 이대호가 그 주인공. 스프링캠프 시절 바로 이대호 바로 옆 라커를 사용했다고 밝힌 그는 "대호는 정말 재밌는 동료였다. 파워가 대단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한 번도 상대하지는 않았다. 붙어서 어떻게 될지 한 번 보겠다"며 웃었다. 그의 몸은 아직 미국에 있지만, 마음은 벌써 수원구장 마운드에 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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