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자유로운 기질을 가진 글로벌 IT기업 젊은 직원이나 해외 작가들이 작업하기 위해 한국에 머무를 때 선호하는 곳은 고급 브랜드 호텔이 아니다. 홍대의 독특한 복합공간 '로컬 스티치'다. 공유 주거·오피스가 결합된 이 공간에서 여행하듯 자유롭게 일하고 비슷한 감각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열린다.
이 복합공간을 만든 로컬디자인무브먼트 김수민 대표는 철저하게 지역에 기반한 서비스로 공간서비스 업계서 차별화한다. 김 대표는 "디지털 노마드족을 겨냥한 공유 공간에 지역 소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연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축학도 출신인 그는 지역 소상공인들 경쟁력을 키워주는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디자인 등을 담당하는 종합디자인회사를 운영하던 중 '로컬 스티치'란 사업을 발전시켰다.
1호점은 합정역과 홍대역 중간에 있는 4층 꼬마빌딩을 1층 카페를 제외한 통건물을 임대해 공동 주거·업무 공간으로 유연하게 활용한다. 세종문화회관 건축가 엄덕문이 설계한 낡은 벽돌 건물은 독특한 매력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춰 호텔방처럼 독립된 9개 방은 월 사용료가 60만~120만원으로 다양하다. 혼자 주거나 작업실로 쓰거나 셋이 공동창업 공간으로 쓰기도 한다.
홍대 상권에 익숙한 직원들은 각자 취향과 네트워크를 살려 공간을 풍성하게 채웠다. 옥상에 갖춰진 부엌은 '빈티지'스런 매력이 넘친다. 입주자들에게 제공되는 커피는 망원동 유명 커피로스팅 하우스 '동경'에서 공수했다. 조식 서비스는 인근 카페, 세탁은 동네 세탁소에서 아웃소싱한다. 거주민처럼 살아보는 색다른 호텔을 만들자 출발한 사업은 단기 거주자들을 위한 주거와 사무공간을 유연하게 제공하는 식으로 변했다. 지역 특성상 사진가나 작가,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프리랜서들이 교류하면서 작업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식당 개업을 준비하는 셰프들에게 공간을 빌려 입주민들 대상 식당을 열어보는 '테스트키친서울'프로젝트도 화제였다.
김 대표는 "홍대 인근 공실로 남은 2~3층을 살려 2호점을 올 상반기 내고, 앞으로 부산 등 지방이나 해외로 진출할 예정"이라며 "기존 프랜차이즈의 전형적인 착취 구조를 탈피해 새롭고 다양한 직영·반직영 공간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업을 정착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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