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서한을 보내 '건설적 관계'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에 이로운 건설적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시 주석과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그는 시 주석이 보낸 취임 축전에 대한 감사 인사도 표시했으며 중국민이 행복한 원소절(정월대보름)과 번영하는 '닭의 해'를 보내기를 기원했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 직접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3주 가까이 시 주석의 취임 축전에 답하지 않았고 전화통화도 하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중동 등지의 지도자들과 전화통화를 했지만 시 주석에게는 유독 침묵을 유지했다. 전임 미 대통령들이 해온 중국에 춘제(음력설) 인사를 41년만에 생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선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의도적 홀대'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대선 기간부터 취임 직후까지 북핵문제와 남중국해, 보호무역 문제를 놓고 중국을 압박해온 트럼프가 기선제압을 위해 시진핑을 외면해왔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침묵을 깨고 시진핑에 새해 인사를 건넨 것과 동시에 중국에서도 화해 제스처를 내보이기 시작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9일 기명 칼럼을 통해 "중국은 세계의 리더가 될 의도가 없다"며 시진핑 중국 주석의 지난달 다보스 연설을 해명했다. 당시 시 주석은 중국이 자유무역체제의 수호자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방 언론은 트럼프의 보호주의에 대항해 중국이 자유무역 진영의 리더가 되려는 야심을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차이나데일리는 "시 주석의 연설은 평화로운 국제 교역환경을 위해 역행 기류에 저항한 것일뿐, 세계의 리더가 될 의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호주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8일(현지시간) 미중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날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 중미 양국의 이익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가 됐고 양국이 대립할 경우 서로 피해를 감당할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분쟁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인홍 인민대 교수는 "왕 부장의 발언은 트럼프 진영에서 중국에 대한 매파적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긴장완화 신호로 볼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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