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한국 방위비 충분히 분담"
입력 2017-02-09 16:23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군사력 사용과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거론하며 새로운 대북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진화가 미국의 안보에 실질적이고 긴급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틸러슨 장관이 취임한 국무부를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대응기조는 과거 오바마 정부와 비교할 때 강경하고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틸러슨 장관이 언급한 '새로운 접근법'은 적어도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보다는 한걸음 더 나아간 내용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오바마 정부 당시 대북 압박수단은 자금줄을 죄는 경제적 제재, 북한 인권실태 압박, 외부 정보 유입 등 세 갈래로 시도됐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이같은 대북압박 수단을 유지하면서도 군사력 사용과 김정은 체재 위협 등을 추가해 한층 강화된 압박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도 진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위험한 길을 재검토하도록 압박하는 것만이 미국과 동맹, 파트너들에게 북한 정권이 더 이상 지역과 국제 안보기반을 약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심각성은 의회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연방 하원 미사일 방어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에 대비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신속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의원들은 백악관에 보내는 서한에서 "적들은 자신들의 전략적 무기를 지속해서 현대화하고 있으며, 미국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약한 틈새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면서 "그런데 우리의 노후화된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적들의 진화하는 위협에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정부는 첨단 미사일 방어 능력에 적절한 자원을 투자하고, 차세대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우주와 지상에 관련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세상의 치명적 무기로부터 우리 자신과 동맹을 보호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효과가 미미한 것에 대해서는 중국의 비협조를 의심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트럼프 정부가 통상문제 뿐만 아니라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국제연합(UN)의 대북제재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이 오히려 증가한 이유로 중국 정부의 무관심과 의도적 위반을 지목했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에 따르면 CRS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는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가 중국 기업들에게 대북제재 결의안의 예외조항을 활용하도록 권장해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이 제재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의회에 제출된 이 보고서는 지난 해 3월 안보리 결의 2270호가 채택됐지만,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은 오히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5%가 증가했다고 적시했다. 그 이유로는 중국이 '상무부 공고 2016년 제11호'를 통해 자국 기업들에게 "해당 지역 세관에 간단한 서약서를 제출해 석탄이 민생 목적이라는 점을 증명하면 된다"고 부추겼다는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논란에 대해서는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국과 일본은 이미 각자의 나라에서 미군을 지원하는데 많은 양을 기여하고 있다"면서 "향후 관련 대화가 생산적으로 진행되고, 공평한 분담금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거론한 인사는 틸러슨 국무장관이 처음이다. 지난 주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아시아 동맹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정당한 몫을 내지 않는 동맹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경우 미군 철수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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