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중요한 경제 지표는 미국 달러로 떠올랐다. 과도한 달러 강세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 미칼라 마커슨 경제리서치 부문 글로벌 대표는 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도한 재정정책을 펼칠 경우,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주요 공약으로 제조업 부활과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내건 바 있어 실현 여부에 촉각이 쏠렸다.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는 데 따른 부담이 우려됐지만, 실행 기간을 넓게 잡을 경우엔 문제될 게 없다는 게 마커스 대표의 해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움직인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재정정책이 경기 과열을 일으킬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도 빨라질 수 있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달러 가치를 올리는 촉매가 될 전망이다.
마커스 대표는 "트럼프 재정부양이 국내 총생산(GDP)의 1.5~2.0% 수준까지 올라서면 우려할 만하다"며 "연준이 연내 4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달러 초강세 기조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달러 가치가 10~15% 정도만 높아져도 중국에 심각한 영향을 마치고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도 연이어 치명타를 맞을 것"고 말했다.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중국 정부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력이 강해진다. 중국은 국가 부채가 8년만에 100%포인트 이상 상승한 탓에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달러 표시 부채 규모가 큰 수출 중심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소시에테제네랄은 한국은행이 앞으로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연 1.25% 수준인 금리가 오는 12월에는 0.75%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수 경제 위축이 심화되면서 거시적인 부양정책이 필요해진 게 주된 이유다. 해외 불안 요인과 함께 탄핵, 조기 대선 등 국내 정치적 이슈가 연달아 등장하면서 불황의 그림자가 짙다.
오석태 한국 이코노미스트는 "가계 부채 또한 5~6개월 안에 증가세가 꺾일 것"이라며 금리 조정 가능성을 점쳤다. 이어 "한국이 다른 국가와 다르게 특별히 더 큰 위기에 빠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보다 구조적으로 튼튼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추가 금리 인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침체가 지속되는 게 확인되는 하반기에 정책 대응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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