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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자` 오설리반이 말한다 "초청선수, 이렇게 힘듭니다"
입력 2017-02-09 06:01 
넥센히어로즈에 합류한 오설리반은 지난 4시즌을 모두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초청선수로 있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서프라이즈) 김재호 특파원]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는 각 팀마다 수십명의 마이너리그 계약 선수, 초청 선수(Non Roster Invitee)가 참가한다. 이중에는 내일을 바라보는 유망주들도 있지만,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을 목표로 경쟁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들의 경쟁은 흡사 낙타가 바늘 구멍을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이 경쟁이 말로만 어렵다고 들었지, 직접 느낄 기회가 없다. 혹시 모른다, 이 힘든 경쟁을 4년 연속 해낸 사람에게 들으면 조금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까?
넥센히어로즈 새 외국인 투수 션 오설리반(29)은 이 피말리는 경쟁을 4년 연속 경험했다. 2013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2014년과 2015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2016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모두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로 참가했다. 개막 로스터에는 들지 못했지만, 시즌 도중 메이저리그에 승격되며 꾸준히 기회를 잡았다.
"정말 어렵다." 오설리반은 질문이 나오기가 무섭게 이같이 답했다. "가장 큰 문제는 메이저리그 팀에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이다. 그 말은 곧 훈련 첫날부터 100% 준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함을 의미한다. 첫날부터 시즌 중반같은 몸상태를 보여줘 모두에게 준비됐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스프링캠프가 시즌 준비의 자리가 아닌, 경쟁의 자리가 되는 셈이다. 그런 그에게 다년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다년 계약을 맺은 선수들 중에는 캠프에서 처음 불펜을 던지는 선수들도 있다. 농담처럼 나 지난 3개월간 불펜도 안던졌어!라고 말한다. 이들은 우리와 다르다."
그는 다년 계약을 맺고 자리가 보장된 선수들의 경우 "특별한 목적을 갖고" 메이저리그 캠프에 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사례로 2009년 캔자스시티 로열즈에서 함께한 잭 그레인키를 꼽았다.
"그당시 그레인키는 정말 최악의 캠프를 보냈다. 끔찍했다(그레인키는 당시 시범경기에서 8경기에 등판, 9.2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이유가 있었다. 체인지업 연마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에 나가 자기 투구의 80%를 체인지업만 사용했다. 그래서 맞고, 또 맞고 계속 맞았다. 그런데 그 해 체인지업이 통했고, 사이영상까지 받았다."
초청 선수로 합류한 선수가 그런 스프링캠프를 보낼 수 있을까? 그는 "아마 내가 그렇게 했다면 방출됐을 것"이라며 웃었다.
잭 그레인키는 2009년 스프링캠프에서 줄곧 체인지업만 연마했다. 시범경기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그해 사이영상을 받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는 이어 부담감도 초청 선수가 겪는 어려움으로 꼽았다. "부담감이 엄청나다. 경기에 나가 결과가 안좋으면 그걸로 끝날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경기장 안에서만 힘든 것이 아니다. 경기장 바깥 문제도 선수들을 괴롭힌다. "4월 1일(시즌 개막일)에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고 훈련하는 것은 정말 큰 부담이 된다. 빅리그가 될수도 있고, 트리플A가 될수도 있다. 그러면 집을 구하는 문제도 걱정해야 하고, 아내와 아이들도 신경써야 할 문제가 많다. 대륙을 횡단하기도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4년간 매 시즌 1년짜리 계약을 맺으며 이곳저곳을 옮겨다녔던 그는 이번 시즌 넥센히어로즈와 새롭게 계약했다. 어쩌면 이전의 그 잦은 이동 경험이 새로운 무대를 택하는데 있어 두려움을 지워줬을 수도 있다. 그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인정했다.
새로운 팀에서 맞이하는 새로운 도전, 이번에는 보다 안정되고 부담없는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그는 "이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정말 흥분된다. 이곳에서 일이 잘 풀려서 이 동료들과 집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며 새로운 팀에서 다시 시작하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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