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저축銀 `부실 리스크` 더 키우나
입력 2017-02-08 17:49  | 수정 2017-02-09 06:06
지난해 저축은행 신규 신용대출의 70% 이상이 연 20%대 고금리 대출인 것으로 집계됐다. 법정최고금리인 연 27.9%에 육박하는 높은 금리의 대출이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몰리고 있어 향후 경기 침체 충격이 심해질 경우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들이 신용등급 8등급 이하 저신용자에 대해 대출원가를 반영하지 않은 채 4~7등급 중신용자에 물리는 대출이자와 엇비슷한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도 대출 부실화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저신용자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8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신규 취급된 저축은행 개인 신용대출 4조원 중 대출금리가 연 20% 이상을 넘는 고금리 대출 금액은 전체 신용대출액의 72% 수준인 2조9000억원에 달했다. 1~4등급 고신용·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은행권 대출과 달리 저축은행 개인 신용대출은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가 타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개인(담보대출 포함) 중 99.5%가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인 중·저신용자였다. 문제는 신용등급 4~7등급의 중신용자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회수 가능성이 낮은 저신용자(8~10등급)에게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대출이 과도하게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2016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인 이른바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 규모는 78조6000억원인데 금융업권별로 보면 은행(3.7%)보다 비은행(10%) 비중이 높았다. 비은행 가운데서도 저축은행 다중채무자 대출 비중(85%)이 상호금융(36%)이나 여신전문금융회사(43%)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과 예보는 중신용자와 저신용자 금리 수준이 대동소이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신용자는 대출 회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그만큼 대출원가가 높아 상대적으로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하는데 오히려 차이가 없어 사실상 '금리 역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예보 관계자는 "9~10등급인 저신용자 대출을 보면 신용원가 대비 대출금리가 오히려 낮은 경우가 많다"며 "9~10등급에 대한 대출 취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신용자에 대한 비합리적 대출금리 책정이 오히려 중신용자에 대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예·적금 등 수신이 쏠리면서 조달 여력이 커진 저축은행들이 대출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8조4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9%(2조330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 전체 대출에서 개인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말 17.3%에서 2015년 말 18.3%, 지난해 9월 말 기준 20.6%로 20%대로 올라섰다.
정부 관계자는 "여신 심사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저축은행이 1금융권보다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부실화 위험이 더욱 커지고 예보 부담 역시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저축은행 14곳의 금리 체계 점검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다음달께 저축은행중앙회 표준 규정을 만드는 방식으로 새로운 금리 산정 체계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들이 금리 20% 이상인 고위험 대출을 한 경우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일반 대출보다 20% 더 쌓도록 하는 내용의 '상호저축은행업 감독 규정' 개정안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석우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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