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면조사 몽니` 청와대와 충돌 자제하는 특검
입력 2017-02-08 17:11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65) 대면조사 조율 과정이 언론에 보도된데 대해 불쾌한 감정을 나타내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충돌을 자제하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청와대 측은 불쾌함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53·사법연수원 22기)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고 (조사 일정 등이 확정되면) 말씀드릴 내용이 생길 시점에 모두 정리해서 알리겠다"고 밝혔다. 또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조사 일정을 공개할지, 비공개할지, 조사가 무산될 수 있는지, (청와대 요구가) 부당한지 여부 등 어떠한 것도 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측이 '내일(9일) 대면조사 준비 마쳤지만 특검을 신뢰하지 못해 취소한다'고 반응한 데 대해서는 늦어도 내일까지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특검의 기자간담회에 앞서 청와대는 "특검이 대면조사 일정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리고 있다. 명백한 합의 위반"이라며 특검을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당초 9일로 예정됐던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선 일단 9일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측 변호인단과 청와대는 이날도 "특검이 언론플레이를 한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비공개 원칙 등 여러 사안에 대해 합의를 해 가는 과정에서 특검이 언론플레이를 하는건 매우 의도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 수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몰아가기 위한 여론 조성용 아니겠느냐"고 반발했다. 또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과 공정성 등을 고려해 특검은 자중하고 신뢰를 지켜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 한 참모는 "추가 협의를 하면 뭐하느냐. 특검을 과연 믿을 수 있겠느냐"며 "협의 과정에서 합의된 사항에 대해 구속력 있는 협약서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같은 청와대 반발은 결국 '대통령 수사' 직후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측이 진짜 염려하는 건 대면조사 이후 박 대통령 진술 등 조사 내용이 무분별하게 언론에 노출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측 관계자는 "지금까지 특검의 행보를 보면, 특정인 수사 직후 어김없이 여러 피의사실을 슬쩍 언론에 흘려 의혹과 논란을 조장해 온 측면이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박 대통령 조사 뒤에도 그런 행태가 반복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진술이 특검을 통해 언론에 보도될 경우 특정 혐의에 꿰맞추기 위한 왜곡이 염려된다는 설명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일정 공개를 둘러싼 대통령 측과 특검 간 힘겨루기는 결국 대통령 수사 이후 상황을 염두에 둔 사전 기싸움 같다"고 말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특검의 박 대통령 조사와 무관하게 탄핵 사건 심리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헌재는 7일 11차 변론 기일에서 대통령 측 증인 8명을 추가로 증인 채택하면서 22일까지 세 차례 변론 기일을 추가로 지정했다.
헌재 관계자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대통령 측이 특별한 사정을 내세워서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신청은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필요하면 (변론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금요일에도 기일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헌재가 22일 이후 추가 기일을 지정해야 할 변수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박 대통령의 변론 기일 출석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지만 아직까진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헌재가 22일 기일을 마치고 심리를 마무리할 경우와 기일이 더 추가될 경우에 따라서 결정 선고 날짜는 달라진다.
탄핵 결정을 기대하는 인사들은 22일 변론이 마무리되면 3월 9일 또는 10일에 결정선고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헌재 통상 사건에서 변론 종결 평의 및 결정문 작성에 대개 2주가 필요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그럴 경우 4월 26일을 유력한 대통령 선거일로 꼽는다. 주5일제 도입후 대선·총선 등 주요선거는 모두 수요일에 치르지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탄핵 결정 뒤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날짜상으론 5월3일도 가능하지만 그날은 석가탄신일인데다 황금연휴 사이에 끼어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갑작스런 박 대통령 변론 출석 등으로 3월초까지 추가 기일이 잡히면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후로 결정선고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정치권은 5월 10일을 유력한 대선일로 점친다. 이 권한대행이 변론 종결 이후 평의 및 결정문 작성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면 퇴임 후라도 결정문에 서명할 수 있다. 8인 재판관 체제에서 탄핵 선고가 이뤄져 재판관 두명이 반대하더라도 탄핵결정이 가능한 셈이다.
반면 헌재가 선고일을 언제로 정하느냐에 상관없이 박 대통령 본인과 지지자들의 바람대로 탄핵 소추가 기각된다면 박 대통령은 바로 직무에 복귀한다. 이럴경우 애초 여권에서 권유했던 '4월 자진퇴진- 6월 조기대선' 카드를 박 대통령이 거둬들일 가능성이 커 차기대선은 원래 일정인 12월20일 수요일 치러질 게 유력시된다.
[남기현 기자 / 전지성 기자 / 조성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