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의회의 '정착촌 합법화' 법안이 통과되자 국제사회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 법안의 통과를 절도 행위라면서 반발했고 프랑스, 영국, 유엔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피력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알자지라 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7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관련 법안 통과는 팔레스타인의 땅을 훔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법안의 통과는 '2국가 해법'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가능성을 제거하려는 데 목적을 둔 이스라엘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아바스 수반도 이날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 사유지에 유대인 전초기지 건설을 합법화한 이 법안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이 법안에 반대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랍권 국가 중에선 드물게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요르단의 모하메드 모마니 공보장관도 성명을 내고 "2국가 해법을 말살하려는 듯한 도발적 법안"이라며 "중동에 추가적인 폭력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유엔 중동특사는 이 법안이 "굵은 금지선을 넘었다"고 우려했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합병의 길을 열어 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영국도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 파트너들의 입장을 훼손한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 사안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비판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앞서 이스라엘 의회는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사유지에 불법적으로 세워진 정착촌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 통과로 이스라엘 정부는 정착촌이 들어선 팔레스타인 사유지를 몰수할 수 있게 된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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