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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뻔함의 미학 ‘그래, 가족’
입력 2017-02-08 10:10  | 수정 2017-02-08 10:5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알고 보면 사연 없는 가족이 어디 있으랴마는, 이 정도면 진정 남 보다 못한 관계다.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한 뱃속에서 나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도 너무 다르다.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 싶으면서도 다 함께 있는 그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게 아이러니.
영화 ‘그래, 가족은 보고 나면 괜스레 내 가족이 떠오르고, 대뜸 전화해 뭐하냐?”라고 무심한 듯 안부를 묻고 싶어지는, 뻔한 줄 알면서도 어쩔 수없이 가슴이 따뜻해지는, 한 비범한 가족의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다.
무능한 아버지는 겁도 없이 사채를 써 빚만 떠안긴 채 떠났고 아픈 어머니는 늘 마음 한 켠을 무겁게 만드는 떼어낼 수 없는 혹 같은 존재였다. 운동선수 출신인 장남(정만식)은 툭하면 주먹을 휘둘러 합의금으로만 아까운 돈을 다 날렸고, 방송국 기자인 둘째(이요원)는 홀로 가족의 뒷바라지를 하다 질려버렸다. 가족은 짐짝이라 여기는 왕 싸가지. 얼굴만 반반한 셋째(이솜)는 변변한 직장 없이 언니에게 늘 카드 값을 막아 달라고 성화다. 핏줄이고 뭐고 모른 척 사는 게 최선이거늘 난데없이 막둥이 ‘오낙(정준원)의 등장이다. 이 가족의 짠내나는 성장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오낙은 삼 남매가 아버지를 등지고 사는 동안, 홀로 그 곁을 지키면서 형제들을 그리워해왔다. 11살의 어린 나이지만 정신 연령은 가장 어른스럽다. 우여곡절 끝에 형제들을 만났지만 누구 하나 그를 반기지 않는다. 툭하면 고아원에 보내겠다는 협박만 늘어놓는다.
온갖 구박에도 꿋꿋한 막둥이는 툭하면 삼 남매가 그토록 싫어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내고 어머니에 대해 묻는다. 듣기 싫은 말만 해대는 이 녀석을 무시하려고 하면 할수록 삼 남매는 자꾸만 지난 과거가 떠오른다. 그리곤 되뇌인다. ‘그래, 그런 때가 있었지.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했던 일도 많았는데.
가족이기에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면서도, 가족이기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나고 돕고 다독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사실 그건 잠깐일 뿐이다. 오히려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그동안의 미움과 오해는 조금씩 덜어진다. 각자의 삶에 열중하며 겉으로는 무탈한 듯 지냈던 시간보다 지지고 볶고 울고 싸워도 함께 뭉쳐있을 때가 더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다. 비단 영화 속에서만 그럴까.
영화는 사실 뻔하다. 가족이라는 관계 아래 각기 다른 개성의 인물들이 모여 수차례 갈등을 겪지만 결국엔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내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야기.
사건의 해결 과정이나 스토리의 개연성, 각 인물들을 둘러싼 설정 등은 역시나 진부하다. 겉은 차갑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따뜻한 심성의 이요원, 착한 성품에도 불구 욱하는 성질 때문에 늘 말썽인 정만식, 엉뚱 발랄 순수한 성품으로 각기 다른 형제들을 한데 묶는 주인공 막둥이 등 캐릭터 역시 늘 봐왔던 인물들이다.
다만, 감독은 ‘뻔함의 한계를 억지로 감추려하기 보단 ‘뻔함의 미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대놓고 즐기는 똑똑한 방식을 택한다. 덕분에 이 뻔한 설정은 어김없이 관객의 가슴을 관통하고, 메시지는 보다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영화는 가족의 해체가 일반화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조차 각박해진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가치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작지만 강한 울림을 선사한다. 부수적인 요소들을 과감히 배제한 채 시종일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미우나 고우나…그래, 가족!”이라고 우직하게 말한다.
오는 1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6분.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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