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중도금대출 금리 5% 육박…강남4구도 안심 못해
입력 2017-02-07 17:59  | 수정 2017-02-07 20:51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집단대출 총량 규제 '불길'이 서울 강남 4구까지 번졌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시작된 은행들의 중도금대출 승인 거절 러시가 서울 도심의 이른바 '대장주' 아파트까지 이어지면서 일반분양 청약 당첨자들을 중심으로 한 실수요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구입을 위한 일반 주택담보대출 우량고객 대상 최저금리도 연 3%대 후반까지 치솟으면서 주택시장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같지 않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건설업계와 은행권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소재 '고덕그라시움' 조합은 오는 10일 1차 중도금 납부기한을 앞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나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 중도금대출 은행 선정에 실패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조합은 중도금 납기를 다음달 30일로 연기한 데 이어 고육책으로 단위농협에서 연 4.7%에 달하는 고금리 신용대출을 받기로 했다. 정부 보증기관 보증서 없이 연 5%에 가까운 신용대출로 반쪽짜리 중도금대출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총 4932가구인 고덕그라시움은 지난해 10월 평균 청약경쟁률 22.2대1로 1순위 마감돼 '(2016년)하반기 대어'로 불렸던 알짜 분양사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8·25대책 여파로 중도금대출 은행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8·25대책은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 10월 1일 이후 분양 아파트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의 보증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춰 10%에 대한 리스크를 은행이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고덕그라시움이 8·25대책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2010가구에 달하는 일반분양자들은 신용대출 은행조차 찾지 못해 3월 20일로 예정된 납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가까스로 중도금대출 은행을 선정한 분양사업장의 계약 금리는 연 4%대로 올라선 상태다. 8·25대책 여파와 더불어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집단대출 총량 규제 때문이다. 특히 고덕그라시움의 중도금대출 은행 선정 실패는 이 같은 집단대출 총량 규제에 따른 '대단지의 역설'인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5000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에 집단대출이 몰리면 대출 총량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금융당국 창구지도를 외면할 수 없는 은행들이 너도나도 발을 뺀 것"이라고 해석했다.
집단대출 규제로 일부 주택 실수요자들은 구축 아파트로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개별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리 사정 역시 여의치 않다.
KB국민은행의 5년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우량고객 대상 최저금리 기준)가 지난해 9월 연 2.86%에서 이달 3.55%로 3% 후반대로 올라섰다. 최고금리는 같은 기간 4.16%에서 4.85%로 상승해 5%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칭 '중도금대출 은행 의무고지제'를 도입해 분양아파트 수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조합이나 건설사의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의 창구규제를 빌미로 무분별하게 가산금리를 높이는 은행권 '꼼수' 역시 금융당국에서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중도금대출은 실물이 아직 없지만 미래 아파트 담보가치를 전제로 한 사실상의 신용대출인데 보증기관 보증서로 담보를 갈음해왔다"며 "부분보증제가 시행된 만큼 미리 중도금대출이 협의됐는지 여부를 청약자들이 인지한 상태에서 청약을 할 수 있도록 분양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석우 기자 / 용환진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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