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도시개발사업의 재발견 `가성비`
입력 2017-02-07 17:20  | 수정 2017-02-07 19:32
전주 도심을 끼고 개발되는 `효천도시개발사업지구` 일대 전경. [사진 제공 = 우미건설]
수도권과 지방 전역 주택 시장에서 '도시개발사업'이 꿈틀대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서울 강남권 등의 분양 시장 분위기와 다르게 실수요를 중심으로 일주일 내 계약 마감 사례도 나온다. 분위기를 타고 대형사와 중견사들이 앞다퉈 11·3 대책을 비켜간 지역의 도시개발사업에 뛰어드는 중이다.
도시개발사업은 2006년부터 구역 지정 작업이 이뤄지기 시작했지만 사업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도시개발사업은 신도시·공공택지 혹은 재건축·재개발사업과 유사해 보이지만 사업 규모, 입지, 선택의 범위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이 주도하는 도시개발사업은 최소 2000가구 이상 규모로 들어서기 때문에 '미니신도시' 혹은 '○○지구'로 불린다.
도시개발사업은 기존 구도심이나 도심 인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 인프라스트럭처(학군·교통·생활편의시설)를 활용할 수 있다. 빈 택지에 꾸며지다 보니 입주 후에도 인프라 조성이 끝나지 않는 2기 수도권 신도시(위례·동탄·광교 등)와 다르다. 통상 총 가구 수가 1000가구 이하인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도시개발사업은 사업장 규모가 최소 2000가구 이상인 데다 조합원이 이른바 '로열 동·층'을 먼저 골라가는 재건축·재개발과 다르게 대부분의 가구가 일반분양분이기 때문에 '내 집 선택'의 폭이 넓다.

도시개발사업지인 전주 효천지구는 시내에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부신시가지와 효자동에 둘러싸인 곳으로 총 4400여 가구가 들어선다. 청주 비하지구 역시 '청주의 강남'으로 통하는 흥덕구에 꾸며지는 곳으로 명문 학군과 청주일반산업단지로 둘러싸여 있다. 지난 3일께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받은 김포 걸포3지구는 김포도시철도 걸포역 역세권으로 버스터미널 환승센터 등이 몰려 있는 교통 입지다.
입지 등의 장점이 부각되다 보니 앞서 대림산업이 지난달 10일 계약을 진행한 퇴계지구의 'e편한세상 춘천 한숲시티'는 계약 닷새 만에 1412가구가 모두 팔렸다. GS건설의 신정(갈산)지구 '목동파크자이'도 지난 1일 356가구 모두 계약을 마감했다. 11·3 대책의 여파에 같은 시기 분양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여전히 계약률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는 반면 계약을 끝낸 목동파크자이는 일반분양 물량도 재건축 단지의 2배 이상이었다.
김혜현 알투코리아 부동산투자자문 이사는 "신도시·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기는 하지만 시장이 한창 열기를 보이던 2015~2016년 분양권 전매를 통해 웃돈이 뛴 데다 교통·개발 호재가 미뤄지는 식으로 불확실한 측면이 있고 재건축·재개발은 고분양가 추세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입지와 분양가 측면의 '가성비'가 도시개발사업의 메리트"라고 덧붙였다.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도시개발사업이 일종의 틈새시장으로 떠올랐다. 사업에 발을 들인 대표적인 대형사는 '디벨로퍼' 기능을 강조하는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강원도 춘천 '퇴계지구'(대지면적 19만4759㎡·총사업비 7900억여 원) 지분 70%를 가진 공동사업자로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개발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에 이어 2월 이후 퇴계지구 'e편한세상 춘천 한숲시티' 2차 분양에 나선다.
대우건설과 GS건설도 최근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우건설은 이달 경기 평택 '용죽지구'의 '평택 비전 레이크 푸르지오' 시공사로 단지 분양을 앞두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동시행자로 참여한 김포풍무역세권개발사업의 경우 2019년 상반기 분양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도시개발사업의 시공사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지분을 들여 공동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시공사로서 도시개발사업 판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신정(갈산)지구'에서 '목동파크자이'로 뛰어든 데 이어 이달 이후 경기 오산시 '부산지구'(오산시티자이2차)와 충북 청주시 '비하지구'(서청주파크자이)를 비롯해 상반기 경기도 용인 '신봉지구'와 김포 '걸포3지구'에서 분양 작업에 들어간다. 건설사 관계자는 "상반기를 기준으로 올해 대형사 중에서는 가장 많은 도시개발사업 물량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발판을 다지는 중견사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우미건설과 시티건설은 두 개의 '효천지구' 시공사로 뛰어들었다. 우미건설은 이달 이후 전주시 '효천 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효천지구 우미린'을 분양시장에 낸다. 시티건설은 전남 광주시 '효천1지구'에서 '시티 프라디움'을 이달 분양할 예정이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공공택지 공급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도시개발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신도시 개발에 비해 규모가 작고 재건축·재개발처럼 조합과의 갈등이 작다 보니 투자 수익 회수도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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