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의회에서 연설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관계증진을 내세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전략에 제동을 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 초청을 받아 연내 영국을 국빈방문할 예정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6일(현지시간) 의사를 진행하다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권리는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질이 있어야 주어지는 영예"라고 했다. 이어 "반(反)이민 행정명령 서명 이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웨스트민스터 홀 연설에 강하게 반대했을 것"이라며 "행정명령 시행 이후에는 훨씬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하원 합동연설 장소인 웨스트민스터에서 연설을 하려면 상·하원 의장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 의회 연설은 주요 정상들이 영국을 방문하면 꼭 거치는 코스다. 버락 오바마 미 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미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전 대통령 등이 이 자리에 섰다.
야당 의원들은 환호했지만 영국 총리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영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우호를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의장이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27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상대가 됐고, 최근에는 "유럽과 미국의 가교가 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메이 총리는 최근 의회가 트럼프의 국빈방문을 걸고 넘어지자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를 향해 "(당신은) 반대집회를 이끌지 모르지만 나는 이 나라를 이끈다"며 트럼프 방문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영국 정부는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회 연설을 공식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1년 영국 방문 때 연설을 한 바 있어 트럼프 대통령도 전례를 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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