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백기사의 명암` KCC·넷마블, 엇갈린 희비
입력 2017-02-06 15:14 

지난 2015년 삼성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른 가운데 두 건의 경영권 분쟁에서 각각 삼성그룹, 엔씨소프트를 지원했던 KCC와 넷마블게임즈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6일 증권가에 따르면 KCC는 4분기에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9378억원, 영업이익은 38.4% 감소한 365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특히 세전이익은 169억원 적자를 냈다. 매출액은 시장 전망치 944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은 각각 727억원, 890억원을 예상한 시장 기대치와 큰 차이를 보였다.
상세한 실적 자료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영업외비용에서 주식보유지분 가치평가 손상차손이 대거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KCC는 삼성물산 지분 8.97%, 현대중공업 7%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은 지난 2015년 6월 삼성그룹과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로 갈등을 빚자 KCC가 백기사로 나서며 삼성물산의 자사주 전량을 매입해 취득한 것이다. 삼성물산 자사주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KCC가 백기사로 나서 이 지분을 인수하고 주총장에서 합병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KCC는 삼성물산 주식을 주당 7만5000원, 총액 6743억원에 매입했다. 그해 KCC의 연간 영업이익이 3100억원임을 감안하면 영업이익 2년치보다 큰 자금을 삼성물산 주식 취득에 쓴 셈이다.

당시 매입가를 현재 합병 후 주가로 환산하면 주당 21만4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주가는 현재 12만800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같은 투자주식의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이 KCC의 실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면서 지난 분기 순손실로 돌아섰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또 회사 전체의 기업가치에 비해 투자주식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보니 삼성물산의 주가와 KCC의 주가가 연동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올랐다가 이후 내리막을 타고 있는데 KCC의 주가 흐름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CC의 주요 주식보유지분 가치는 3분기 3조7600억원에서 4분기 약 3조1000억원으로 하락했다"라면서 "이런 가운데 KCC 주가와 삼성물산 주가간 상관관계가 약 58%로 동조화 현상이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넷마블게임즈는 넥슨과 엔씨소프트간의 경영권 분쟁에서 엔씨소프트측 백기사로 나섰다가 기대 이상의 평가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 2015년 초 엔씨소프트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당시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였던 넥슨은 넥슨측 이사 선임, 자사주 소각, 김택진 대표의 특수관계인 중 비등기임원 보수 내역 공개 등을 요구하며 엔씨소프트와 갈등을 빚었다. 결국 엔씨소프트 주주총회를 앞두고 넷마블이 백기사로 나섰다. 넷마블은 엔씨소프트가 보유 중이던 자사주를 주당 20만573원, 총액 3910억원에 매입했다. 그 대가로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넷마블 지분 9.8%를 인수했다.
이날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31만95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넷마블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의 현재 가치는 약 6750억원으로, 매입가 대비 2840억원의 평가차익을 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두 회사의 만남은 상당한 시너지를 내는 모습이다. 모바일 1위 게임사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대표 IP(지적재산권)인 '리니지2'를 이용해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을 지난해 12월 출시했는데 이 게임은 출시 1개월여 만에 2000억원이라는 기록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리니지2 레볼루션에서 발생하는 매출 가운데 10%는 로열티로 엔씨소프트가 가져간다. 당장 12월 보름여간 발생한 리니지2 레볼루션 로열티 수입 100억원이 엔씨소프트 4분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두 회사의 사업 시너지로 엔씨소프트의 실적이 개선되고 엔씨소프트의 기업 가치 상승이 넷마블의 투자주식 평가차익을 더욱 확대시키는 모습이다. 또 상장을 앞둔 넷마블의 기업 가치 상승도 엔씨소프트의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의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보고 지분 투자를 단행했는데 불과 2년이 지난 현재 시장에서는 넷마블의 기업가치를 약 10조~14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리니지2레볼루션의 흥행은 엔씨소프트 IP의 가치를 재평가한 계기로 작용했다"라며 "올해 이 게임의 매출액을 1조원으로 가정하면 로열티 수익이 1000억원이 발생하는데 이는 비용이 수반되지 않아 엔씨소프트의 이익으로 직결되는 매출원"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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