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근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회사 위기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품질 이슈로 겪었던 판매 중단 등의 뼈아픈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배포한 주주서한에서 "현 상황에서 리스크(위험)는 크고 광범위하며 복잡하게 얽혀있다"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부문에서 관습적인 시스템과 업무방식을 점검해 철저한 위기 관리 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정 개선과 검증 강화를 통해 품질 경쟁력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휴대폰 사업에서 향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것을 막기 위해 고객들의 실제 사용 환경과 비슷한 테스트 환경을 추가, 총 8종의 품질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핵심부품에 대한 설계와 검증, 공정관리 등을 전담하기 위해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부품 전문팀'도 구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실적과 관련해 권 부회장은 "반도체 등 부품 사업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 등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1%, 19% 증가한 약 29조원, 약 23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도체의 경우 고수익성 제품 판매가 늘었고, 디스플레이는 애플 등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거래선이 늘어나며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TV 시장에서도 11년 연속 세계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 등 프리미엄 제품 역량을 강화한 것이 요인으로 꼽혔다.
올해 경영환경과 관련해 권 부회장은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과 함께 어려운 경제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특히 스마트폰과 TV 반도체 등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삼는 제품은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경쟁업체는 과감한 투자와 기술추격으로 위협해 오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권 부회장은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사업 고도화로 경쟁사와 격차를 확대하겠다"며 "그동안 간과했거나 보지 못했던 소비자의 본원적 수요를 발굴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에 대한 세심하고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진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이해하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또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의식과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겠다"며 "향후 지속 성장을 위한 새로운 원년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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