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전후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지난 주말 재격돌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이 임박한 만큼 서울 도심에서 좌·우파 대립이 더욱 극명해지는 양상이다.
지난 4일 오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 보수단체들은 "탄핵 정국이 언론의 조작보도와 종북 세력의 선동 결과물"이라며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를 요구했다. 주최 측이 밝힌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은 130만 명으로 참석자들은 '특검 해체'와 '종북좌파 OUT' 등 구호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유모차 부대'가 탄핵 반대 행진 맨 앞줄에 도열했다. 젊은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나오면 15만원을 주는 등 탄핵 반대 집회가 '관제 데모'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항의성 대응으로 풀이된다. 유모차에 'JTBC가 탄핵을 조작했다'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건 이들은 "유모차를 끌고나오면 15만원을 준다는 언론보도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일부가 해당 구간을 지나던 차량과 맞닥뜨려 물리적 충돌이 일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차량 운전자가 시위대를 상대로 "차가 막힌다"는 이유로 불만을 터뜨리자 차량 근처로 집회 참가자들이 몰려와 시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연휴 전 마지막 집회가 열렸던 지난 1월21일 35만(주최측 추산)명까지 참가인원이 줄어들었던 '탄핵찬성'파 측 촛불지회 인원도 이날 40만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제 14차 주말촛불 집회를 열고 '2월 탄핵'과 '황교안 사퇴', '공범세력 구속' 등을 주장했다.
퇴진행동 측은 성명을 내고 "청와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증거로 가득 찬 범죄현장"이라며 "특검의 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촛불 집회에서는 최순실 씨(61)에게 "염X하네"라고 일갈한 환경미화원 임 모씨(65·여)가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무대에 오른 임 씨는 "청소 일하면 100만원 남짓 받는데 세금 꼬박꼬박 낸다"며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이 나라 망하게 해놓고서 되레 큰소리치고, 뻔뻔하게 얼굴 들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걸 보니 못 견디겠어서 한 마디 퍼부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에 "밤낮으로 너무 수고 많다.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나도록 공명정대하게 수사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염X하네"를 3차례 외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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