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방위산업체 '빅2'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가 올해 전략 지역으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정조준했다.
KAI는 지난해 연 매출 3조원(3조1006억원)을 첫 돌파한 후 올해 17조원이 걸린 미국 차세대 훈련기(APT·Advanced Pilot Training) 프로젝트에 올인한다. 3월 입찰제안서를 내고 연내 수주를 성사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한화그룹은 전 방산 계열사를 동원해 오는 19~23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IDEX)에 참석한다. 이를 기점으로 현지 합작사 설립 등 무입 수입국 1위 사우디 공략 포석을 깐다.
◆KAI 매출 목표 10% 증액
KAI는 미국 차세대 훈련기(APT) 사업에 투입되는 토종 고등훈련기(T-50)로 올해 실적 개선 실마리를 찾는다. 미국은 물론 태국, 페루, 터키 등에 완제기 수출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KAI 경영 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신규 수주 목표는 6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3조원)보다 2배 이상 늘렸다.
매출 목표치는 3조 4031억원으로 9.7% 올렸고, 영업이익률은 전년과 같은 수준(10%)을 수성하기로 경영 목표를 설정했다. 외연은 확대하면서 '알짜 사업'은 더 많이 하겠다는 얘기다.
그 중심에 미국 훈련기 사업이 있다. APT는 미 공군 노후 훈련기 350대를 교체하는 17조원 어치 초대형 프로젝트로 11월께 사업자가 결정된다. KAI는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수출을 추진 중이다. 사업이 성사되면 공급 금액의 70%를 받는다. 올해 기체 선정시 받을 초기 착수비는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방산업체 노스롭과 레이시온이 훈련기 사업 불참을 선언했다"며 "APT 사업 경쟁자가 KAI-록히드마틴과 스웨덴 사브-보잉 등 2파전으로 좁혀지며 해볼만 싸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화, 무기 대국 사우디에 집중
한화는 올해를 원년으로 무기 수입 1위 사우디 공략에 들어간다. 한화그룹은 한화테크윈·시스템·디펜스 등 방산 계열사를 결집해 수주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오는 19일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IDEX)에도 전 계열사가 참여해 중동 진출 발판을 찾는다. (주)한화는 연내 현지 파트너 선정을 목표로 사업성 타진 작업에 들어갔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시장 공략을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주)한화는 탄약·자주포 부문 등에서 사우디 수주를 위한 물밑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당국은 2%에 그친 방산부문 자국생산 비율을 2030년 50%까지 늘리겠다는 '비전 2030' 계획을 밝히며 최근 글로벌 방산업체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슬람국가(IS) 부상 등 중동 정세 불안에 군수시장이 성장한 영향도 크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사우디 국방비 지출액은 872억 달러로 미국(5960억 달러), 중국(2148억 달러)에 이은 세계 방산 3위 큰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도 13.7%로 높다.
군사정보분석업체 IHS는 사우디 무기 수입액이 전년 대비 52% 증가한 98억 달러(2015년 기준)로 인도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사우디 무기 수입시장은 미국과 영국이 각각 56%, 26%로 독식하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 수출 성적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는 "사우디 당국이 비전 2030 계획을 통해 역내 방산업계를 발전시키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민간 공급업체와 제휴, 협력을 통해 시장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