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2월 3일 뉴스초점-또 등장한 '명품' 사랑?
입력 2017-02-03 20:12  | 수정 2017-02-03 20:38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을 움직이기 위해 최순실의 단골 병원이죠, 김영재 의원의 원장 부인이 건넨 게 있습니다.

수백만 원짜리 명품 가방이죠.

이 가방은 안 전 수석의 부인에게 갔고, 안 전 수석은 '덕분에 아내한테 점수 많이 땄다'는 말을 했죠.

이 명품 가방의 위력은 실로 엄청났습니다. 의료용 특수 실을 개발하겠다는 한 작은 의료회사에 정부가 연구개발비로 15억 원이나 줬거든요.

명품이 건내졌던 대형 로비사건은 참 많습니다.

1999년 '옷 로비' 사건. 외화 밀반출 혐의를 받던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이 남편의 구명을 위해,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의 부인에게 준 것도 명품 브랜드의 옷이었습니다.

이후 2006년 전군표 국세청장과 CJ그룹의 명품시계 로비사건,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 지난 해 대우조선해양 비리 사건 등 대형 로비 사건마다 명품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죠.


일부 고위층, 재벌이 아니더라도 굳이 명품 싫다는 사람은 몇 안 될 겁니다. 특히 한국인들의 명품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소문났죠.

요즘 같은 불황에 올 초 주요 명품 브랜드가 가격을 5~10%씩 올렸음에도 매출은 30%가 올랐습니다. 그리고 백화점 신년 세일 첫 주 동안 명품 매출만 30% 이상 올랐습니다.

이 정도니, 중국이나 일본에선 가격을 내리는 브랜드도 유독 한국에서만은 가격을 올리는 거죠. 해외에서도 유명 브랜드 매장엔 언제나 한국인 관광객이 넘쳐나고, 해외 직구 아이템의 27%도 명품입니다.

비쌀수록 더 많이 사게 된다는 '베블렌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해외 명품 기업들이 한국에서 쓰고 있는 마케팅 전략이죠.

비싼 물건은 곧 부와 신분의 상징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체면을 중시하는 나라에서는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심리가 일어난다는 겁니다.

물론, 명품을 선호한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너도 나도 선호하다 보니 일부 삐뚤어진 사람들이 '로비'같은 나쁜 목적에 명품을 사용하는 게 문제라는 거지요.

세계 11위 경제대국에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우고도 전 세계가 놀랄만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 최고가의 명품을 선호하는 대한민국. 이 둘은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들지 않으십니까.

잘못된 허영심으로 자신은 물론 국격까지 깎아내리는 일은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분들은 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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