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지난해 987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9년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갔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희소식이지만 미국발(發)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중국과 일본 등 대미 무역 흑자국을 상대로 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는 무역분쟁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상품과 서비스 등을 포함한 경상수지 흑자는 총 986억 8000만달러(잠정치)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1059억 4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작년 12월 경상수지 흑자도 78억 7000만달러로 58개월 연속 사상 최장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저유가와 수출 회복에 힘입어 상품수지가 경상수지 흑자를 이끌었다. 지난해 상품수지 흑자는 1204억 5000만 달러로 전년(1222억7000만 달러)보다 18억2000만 달러 줄었지만, 2년 연속 1200억 달러를 넘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등 악재에도 반도체·석유화학 등 업종이 회복되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또 유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된 영향도 컸다.
문제는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하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일반적으로 한국 제품의 높은 국제경쟁력을 방증하고 대외 신인도를 강화하는 긍정적인 요소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공공연히 중국 등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골칫덩이'가 됐다. 미국 정부는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상당한 경상흑자 △지속적 외환 시장개입 등 3가지 요건으로 환율조작국 여부를 평가한다. 한국은 아직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상태지만 지난해 통관 기준 대미 무역수지 흑자와 경상흑자 비율이 기준점을 훌쩍 넘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대미 무역흑자 폭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수출 자체를 억지로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려 무역흑자 폭을 줄이자는 것.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잠정치는 232억 6000만달러로, 2013년(205억 4000만달러) 이후 4년 연속 20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이같은 맥락에서 미국 셰일가스 수입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셰일 에너지 수입 확대는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입원을 다변화 한다는 측면에서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개입이 오히려 양국간 무역분쟁 소지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 기업들이 결정할 문제를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는 모양새가 오히려 트집을 잡힐 수 있다는 논리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중국을 걸고 넘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중국 정부가 시장경제를 왜곡해 미국 기업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무역수지 흑자 줄이는 것까지 나서기 보다는한국의 막대한 대미 서비스수지 적자 등 미국에 유리한 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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