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를 뒷받침할 근거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소추사유서에 새로 명시했다.
2일 국회 탄핵소추위원단(단장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탄핵소추 사유를 유형별로 구체화한 서면을 지난 1일 헌재에 냈다"고 밝혔다. 대통령 측 '심판지연 전략'에 맞서 국회가 헌재의 '신속 재판' 지원사격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먼저, 5개 유형으로 나뉘었던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를 4개 유형으로 압축했다. 헌재는 앞서 탄핵소추 사유를 크게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남용 ▲언론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이번 소추사유서는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에 포함된 사실관계를 '대통령 권한남용' 유형에 넣어 다시 정리했다.
특히 '대통령 권한남용' 쟁점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헌재에서 증언한 내용이 그대로 인용됐다. 이전 소추안에도 "박 대통령이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의 일괄사표를 받으라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은 들어 있었다. 다만 새 소추안은 "이 같은 일괄사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적용을 거부하거나, 이에 소극적인 문체부 고위직 간부를 선별하기 위해 퇴직시킨것"이라며 일괄사직의 배경을 '블랙리스트'라고 콕 집어 말하고 있다.
국회는 또 "리스트에 등재된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고 친정부적인 문화 활동만을 지원하는 것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책임을 지는 헌법상 공무원 제도에 위반된다"며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왜 헌법 위반인지도 상술했다.
아울러 국회는 '대통령 권한남용'을 뒷받침할 또 다른 근거로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과 이를 전후로 행해진 삼성·SK·롯데그룹 등에 대한 정부 특혜 내역을 명시했다. 국회 측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의 증언을 인용했다. 안 전 수석이 헌재에서 "박 대통령이 300억 규모의 문화·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했고, 현대차와 CJ에 각 30억원 정도로 하라며 일응의 기준을 제시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또 그가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그룹 총수와의 독대 전 '(CJ·SK)오너 총수 부재로 큰 투자와 장기전략 수립이 어렵다' '(삼성)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가 심하다' '(현대차) 노사 문제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 등의 기업별 현안 자료를 보고받았다"는 증언도 포함됐다.
국회 측은 이날 제출된 준비서면과 관련해 "소추 사유가 새롭게 추가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 측이 '변호사 총사퇴'라는 강수를 두더라도 탄핵심판은 변호사 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되지 않는 이유를 구체화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 측은 "국회 측이 기존 주장했던 소추사유를 입증하기 어렵게 되자 입증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소추 사유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형사법 위반에 근거한 주장과 양립하기 어렵고 처음부터 국회 동의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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