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潘 불출마가 뒤흔든 대선지형…급부상한 세 변수는
입력 2017-02-02 16:37  | 수정 2017-02-03 16:38

보수진영 1위 후보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격적인 중도하차가 차기 대선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1일 매일경제와 리얼미터의 긴급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 상황에서도 안희정 충남지사는 10%대 지지율로 대권주자 2위까지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 경선은 문재인(1강),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2중) 구도로 치열한 경쟁이 될 전망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지지율을 서서히 끌어올리면서 '빅텐트'를 통해 여러 세력과의 통합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와의 1대1 대선 구도라면 중도 보수층까지 끌어들이면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무주공산 위기에 놓인 보수층은 유일안 대안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지지율에서 3위로 올라서며 보수결집에 대한 시동을 걸었다. 매일경제는 차기 대권 가도를 결정할 △안희정 돌풍 △안철수 빅텐트론 △황교안 보수결집 구원투수론 등 세가지 변수를 'SWOT(강점, 단점, 기회, 위협)'분석을 통해 짚어봤다.
◆ 안희정 "노무현 신드롬과 안철수 현상 등 새로운 정치 요구 완성할 것"
안희정 충남지사는 2일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뛰어들었다. 안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는 2002년 '노무현 신드롬'을 만들었고 2012년 '안철수 현상'을 만들었다"며 "신드롬과 현상으로 표현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와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 불출마로 예상되는 향후 정국에 대해선 "국민이 원하는 바에 성실하고 충성을 다하는 사람이 다음 지도자가 된다고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안 지사가 기존의 '정치공학적' 접근에 대해 거부하고 있지만 반 전 총장 불출마가 안 지사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충청 대망론'을 흡수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안 지사 측은 민주당 내부에서는 '차차기 적임자', 충청대망론을 기준으로 했을 때에는 '반기문 다음 후보'라는 프레임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하지만 반 전 총장 포기로 '충청대망론' 대표주자로 서게 되고, 기세를 몰아 인지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수진영 유력 후보가 사라지면서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대선 본선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역시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표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유에 대해 '정권교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카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2위 후보가 사라지면서 민주당 후보로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만큼 경선 과정에서의 메시지에 따라 안 지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안 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은) 대선 때 후보들이 아이디어 싸움하듯 불쑥불쑥 낼 문제는 아니다. 인터넷에 다 나와있는 처방전들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것이 대선주자가 할 일은 아니다"면서 향후 정책과 메시지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반 전 총장 불출마로 갈곳 잃은 표심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로 쏠린다면 안 지사에게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안 전 대표 경쟁력이 올라갈수록 민주당 지지자들이 문 전 대표에게 더욱 쏠릴 수 밖에 없는만큼 안 지사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황교안, 보수결집 주도하는 대선 상수 될 수도
반 전 총장의 지지층을 가장 많이 흡수한 인물은 범여권 대선후보로 꼽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 상승을 놓고 총리실 내부에서도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15%를 넘어가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범여권의 후보로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선정국 변수로 거론됐던 황 권한대행이 대선판을 주도하는 '상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황 권한대행 지지율은 올 3월이 유력한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 심판 전까지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일 제임스 메티스 미국 국방장관과의 접견을 비롯해 규제개혁 국민토론회 참석과 투자무역진흥회의 주재 등 굵직굵직한 외부 일정 역시 황 권한대행에게는 플러스 요인이다.
새누리당에서도 황 권한대행에게 힘을 실어줘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황 권한대행이) 당을 선택한다면 우리 당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영입하겠다거나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박근혜 정부 공동책임론은) 경선을 할 때 당원들이 판단해 논의되고 걸러질 문제"라고 밝혔다. 박완수 새누리당 비대위원 역시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이 깨끗한 이미지의 정치인을 찾고 있다. '황교안 현상'은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견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대권주자 김부겸 의원은 이날 캠프 논평을 통해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으로 깜짝 상승한 지지율에 벌써 취한 건 아닌지 묻고 싶다. 대선출마라는 '잿밥'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논란 속에 이날 국회 본회의를 찾은 황 권한대행은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국회를 떠났다.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차차기 대선'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번에 출마하면 박근혜 대통령 후계자가 돼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 출마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만 보여서 잠재적 가치를 최대화할 것"이라며 "유혹이 엄청나겠지만 승리 가능성이 없는 지금보다 차기를 바라보고 이번에는 뜸만 들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 안철수 중도표심 끌어안는 제 3지대 빅텐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중도표심을 끌어안는 '제3지대 빅텐트'를 키우면서 대선 본선까지 이끈다는 전략이다.
우선 그동안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등 국민의당과 연대가 기정사실화된 이들이 합류하면 중도진보층은 두터워질 전망이다. 여기에 반기문 전 총장에게 갔던 중도층도 어느정도 흡수할 것으로 본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반 전 총장 지지표가 시간을 두고 안 전 대표 쪽으로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전날 대구를 방문한데 이어 내주 초에는 자신의 고향인 부산·경남(PK) 지역을 방문해 영남 표심 공략에 나선다. 영남권에서 표심을 정하지 않은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서다.
국민의당도 2일 창당 1주년을 기점으로 지도부 전체가 외연확장에 나설 태세다. 대선 국면에서 안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과 함께 국민의당 역시 중도 정체성을 강화할 기회라고 보고 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를 반면교사로 정책과 정체성 포함한 모든 분야에 철저히 대비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외연을 확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구상에서 바른정당의 행보는 최대변수다.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정책·이념에서 공통분모가 많다. 이에 따라 대선 본선에서 안 전 대표와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손을 잡고 단일후보를 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이번 대선 국면은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국민의당-바른정당 등 3개 당이 각자 후보를 내는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이 새누리당과 연대해 단일 보수후보를 낼 경우 안 전 대표의 중도 확장성이 다소 떨어지게 돼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안 전 대표 측은 "박근혜 정부 실패의 책임이 있는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안 전 대표가 이미 선을 그어왔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정석환 기자 / 김효성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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