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랜드 티니위니 매각에도…신평사 "아직도 갈길 멀다"
입력 2017-02-01 17:36  | 수정 2017-02-01 20:01
이랜드그룹이 재무안정성을 확충하기 위해 인기 의류 브랜드 '티니위니'를 중국 '브이그라스'에 8770억원에 성공리에 매각했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여전히 이랜드 재무지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수년간 쌓인 차입금 규모가 작지 않아 티니위니 매각으로는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반면 이랜드그룹 측은 알짜 부동산을 잇달아 팔아치운 데다 티니위니 매각까지 성공해 재무구조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반기에 계획 중인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 성공 여부가 재무구조 개선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1일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티니위니 매각 자금 중 세금 등을 제외한 6900억원이 이달 20일께 들어온다"며 "이제 이랜드그룹을 둘러싼 최근 재무 불안 소문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매각대금을 통해 한때 400%를 넘었던 부채비율이 240%까지 떨어져 회사가 안정을 찾았다는 것이다. 추진 중인 이랜드리테일 IPO를 상반기에 끝내고, 부동산을 추가로 팔면 부채비율이 200% 밑으로 내려간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랜드그룹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낮췄던 한국신용평가 측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혁진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신용등급을 내렸던 지난해 말 매각 이슈는 이미 반영했다"며 "오히려 애초 1조원 안팎으로 논의되던 계약금액이 줄어든 상황이라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신평이 지난해 말 신용등급을 낮춘 이유는 이랜드월드 빚(순차입금)이 너무 많아 한 해 벌어들인 현금(EBITDA·이자 및 법인세, 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을 빚 갚는 데만 써도 7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는 게 이유였다. 한신평이 제시한 기준은 6년 반이었는데 이랜드월드 재무지표는 이를 근소하게 넘겼다.
이후 이랜드그룹 측은 지난해 말 3개 부동산을 팔아 2500억원을 확보했고, 이번에 티니위니까지 매각했다. 자산을 팔아 빚이 줄긴 했지만 한 해 1000억원 안팎 영업이익을 내던 티니위니가 사라진 탓에 돈을 벌 수 있는 역량도 덩달아 위축됐다. 현시점 기준으로 빚을 갚는 시간을 다시 계산해도 여전히 6년 반 정도가 걸린다.
이랜드 측은 "중국에서 부진했던 매장을 대대적으로 철수하고 중소도시에 새 점포를 열어 티니위니 이익 감소분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며 "상반기 부동산 매각도 추가로 진행 중이라 재무구조는 이상 없다"고 설명하지만 시장이 믿어주지 않으니 문제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티니위니의 매각대금으로 패션사업의 수익성 저하를 막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랜드그룹 신용등급을 둘러싼 논란은 이랜드리테일 IPO가 성공리에 끝나야 일단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리테일 지분 63.5%를 들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시장에서 논의되는대로 시가총액 2조원에 상장한다면 이랜드월드 보유 지분가치는 1조27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홍장원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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