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반기문 불출마선언…`潘死이익`은 누구에게?
입력 2017-02-01 16:44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유력 대선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발언이었다. 그는 불출마 배경으로 기존 정치권의 편협성을 먼저 거론했다.
반 전 총장은 "(정치권의)일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며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화살을 돌렸다. 그러면서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정치교체의 명분은 실종됐다"며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반대 진영의 조롱과 비난을 견딜 수 없었다는 얘기다.
반 전 총장은 이어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비전은 포기하지 않겠다"며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유아독존식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끝으로 "10년 동안 사무총장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이든 헌신하겠다"고 밝힌 뒤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반 전 총장은 지난 달 12일 입국해 대선 출마의사를 밝힌 뒤 3주간 전국을 순회하고 정치권 인사들을 연쇄 접촉했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에 직면하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보수진영의 유력 주자였던 반 전 총장이 스스로 낙마하면서 차기 대통령선거 구도는 또 한번 요동치게 됐다.
보수진영 지지율 1위가 사라지면서 바른정당에선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간 경선을 통해 독자 후보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 쪽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등 대안을 찾는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범여권에 혼돈을 안겨준 것과 달리 야권에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의외이지만 결정을 존중한다"며 "지금 민심이 바라는 것은 정권교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국가를 위한 큰 틀에서 바람직한 선택"이라며 "외교안보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어른으로 남아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논평을 냈다.
야권에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의 대세론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물론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입장에서도 문 전 대표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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