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느 순간 엄마] (27) 아이가 얼굴을 때릴 때면 무관심이 상책
입력 2017-02-01 13:50  | 수정 2017-02-06 17:22

23개월이 된 아이는 언제부턴가 병원 가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의무 예방접종도 거의 다 맞혔고, 감기가 걸릴 것 같을 때에는 하룻밤 정도 따뜻하게 재우면 괜찮아졌다. "우리 아기 다 컸네"란 말이 절로 나왔다.
몸이 커진 만큼 정신 세계의 발달도 두드러졌다. 드디어 '뽀로로' 왕국에 입성한 아이는 좋아하는 캐릭터(에디)가 생겼고, 그 캐릭터를 볼 때마다 흠뻑 빠져 들었다. 에디가 슬퍼하면, 아이 역시 우는 시늉을 했다. 미간까지 찌푸리며 '어떡해!'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아이의 정신 세계는 엄마를 종종 긴장시킨다.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을 보여서다. 스스로 얼굴이나 머리를 때리는 아이의 행동이 대표적이다.
'이럴 애가 아닌데, 내가 뭘 잘 못한거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건가?' '왜 자기 얼굴을 때리는 거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지만 속시원한 답을 찾지 못했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가면 되는데 도무지 보이지 않는 아이의 정신 세계 문제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처음에는 자기 얼굴을 때리는 행동에 놀라 다짜고짜 "누가 널 때렸어?"라고 물었다. 물론 정확한 답을 들을 순 없었지만, "그렇다면 엄마가 혼내줄게"라고 단단히 일러줬다. 위안을 받는 듯한 아이 모습에 나는 그런 행동을 볼 때마다 그리 아이를 위로해줬다.
그런데 이게 왠 걸. 아이는 점점 더 세게 자신을 때렸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더욱 그랬다. 아차차 싶었다. 대응 방식을 바꿨다. "네가 아무리 때려도 소용없어" "때리면 너만 아플뿐이야" "엄만 관심없어" 으름장을 놓았다. 결과는? 자기 뿐 아니라 엄마나 다른 사람을 때리는 행동으로까지 변하고 말았다.
한국아동발달센터에 따르면 생후 18개월 정도가 지나면 아이들은 주변 상황을 인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무렵부터 자기 얼굴을 때리거나 땅바닥에 뒹굴거나 벌러덩 누워버리는 행동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룬다.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해도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고 도리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들어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하다. 무관심!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같은 행동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과의 연결고리를 끊어 줄 필요가 있다. 잘못 형성된 인과관계를 끊는데는 무관심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당장 자기 머리를, 볼을 때리고 있는 아이를 앞에 두고 모른 척하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 워킹맘들의 경우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 모두 다 내 탓 같아 일단 안아주고 쓰다듬어 줘야 될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아이가 지금까지 이룬 성취가 모두 다 엄마의 공(功)이 될 수 없듯, 아이의 잘못된 행동의 원인이 다 엄마에게 있을 순 없다.
물론 아이는 스스로를 때리거나 혹은 아무 곳에서나 누워버리는 행동이 자신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을 전혀 모른다. 따라서 이 점은 분명 아이에게 강하게 대응해서라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여전히 우리 아이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얼굴을 때린다. 하지만 내가 그런 행동에 무관심해진 후 예전보다는 확실히 잦아들었다. 때리는 행동 대신 소리를 지르라고 하니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제법 소리를 꽥꽥 지르기도 한다.
말문이 트여 자기 의사 표현이 제대로 이뤄질 때까지는 이렇게 발개진 아이 볼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오죽 답답하면 저럴까 싶은 마음에 짠할 때도 있지만 애써 고개를 돌린다 그게 지금의 아이에게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서다. 엄마란 항상 배우고 또 배워야하는 존재인가보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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