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 씨(61·구속기소)의 도움으로 대사 자리에 올랐다고 시인한 유재경(58) 주미얀마 대사는 삼성전기에서만 30여 년간 근무한 정통 삼성 영업맨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 대사는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삼성전기에 입사해 2014년 말까지 상파울루사무소장(과장), 유럽판매법인장(상무), 글로벌마케팅실장(전무)을 역임했다.
유 대사는 해외 주재원 생활을 오래 해 3∼4개 외국어를 할 정도로 외국어 실력이 유창한 편이라고 알려졌다.
임원이 된 후에도 후배 직원들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직원들 사이에 신망이 두터웠다고 삼성 직원들은 전했다.
글로벌마케팅실장 시절 그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현장 경험을 담아 응원의 메일을 매주 보냈다. 2015년 말에는 이를 모아 '나는 지구 100바퀴를 돌며 영업을 배웠다'를 출간했다.
유 대사가 기업인이나 경제 전문가를 재외 공관장에 영입된 첫 사례는 아니다.
정부는 비외교관 출신으로 경제, 군사, 문화 등에서 전문성을 인정해 발탁하는 '특임 공관장' 인사를 한다. 특임 공관장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에 속한다.
하지만 대기업 출신 임원이 임명된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외교관들은 미얀마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 대기업 임원 출신인 그의 인선에 놀라며 배경을 궁금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출신인 이근면 당시 인사혁신처장의 추천이라거나, 유 대사가 유럽법인장으로 있을 때 현지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는 추측만 제기됐다.
유 대사 본인 역시 지난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교부에서 (제의) 전화를 받고 의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하는 부품회사에 있다 보니 완제품 제조사가 있는 시장을 주로 다녔지, 완제품 제조사가 없는 미얀마에는 전혀 출장 갈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서도 유 대사의 임명에 놀랐다는 입장이다. 삼성전기는 물론 삼성그룹 수뇌부인 미래전략실에서도 외교부 발표 전까지 몰랐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그를 대사직에 추천하거나 관여한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 관계자는 "공식 발표 전까지 회사에서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소식을 듣고 놀랐다"며 "개인 차원의 경력개발로 이해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유 대사의 임명 과정에 최씨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유 대사는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고 밝혔다.
특검은 최씨가 유 대사를 추천한 게 미얀마에서 이권 챙기기에 도움받으려는 목적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앞서 특검은 최씨가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 대행사 선정을 도와주는 대가로 특정 업체의 지분을 넘겨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는 정부 차원에서 약 760억원 예산이 책정된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이다.
특검은 최씨가 미얀마 K타운 사업에 비협조적이었던 이백순 전 주미얀마 대사를 경질하고 유 대사를 임명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대사는 특검이 최씨의 비리를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소환한 터라 피의자 전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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