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도 울지도 못한다.'
2016년 실적을 받아든 LG전자의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다. H&A(가전)사업본부와 HE(TV) 사업본부는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반면 MC(모바일)사업본부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25일 LG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55조3670억원, 영업이익 1조337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2.0%, 영업이익은 12.2% 증가한 수치다. 2016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조7777억원, 35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건 2010년 4분기 이후 꼭 6년만이다.
사업본부별로는 가전 사업본부가 연간 영업이익 1조3344억원을 기록해 역대 가장 많은 수익을 거뒀다. 이에 질세라 TV 사업본부도 연간 영업이익 1조2374억원을 올려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가전 사업본부의 경우 세탁기와 냉장고 등 기존 제품과 스타일러스, 건조기 등 신규 제품이 골고루 잘팔렸다. TV 사업본부도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올레드 및 울트라HD TV의 판매가 늘었다. 2015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VC(전장)사업부는 63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모바일 사업본부는 지난해 1조2591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 개별 사업본부 중 이 정도 수준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곳은 지금까지 없었다.
모바일본부의 실적 하락은 지난해 2분기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G5의 판매부진 때문이다. 업계는 G5의 누적판매량을 300만대 정도로 추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개발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을 전부 회수하려면 최소 500만대는 팔아야한다"고 설명했다.
가전과 TV 사업본부의 실적 고공행진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빌트인 가전, 트윈워시 세탁기와 올레드 TV와 등 고가 제품 생산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빌트인 가전과 시스템 에어컨 등 B2B 사업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모바일사업본부의 운명은 오는 2월 선보일 예정인 차기작 G6의 성공여부에 달렸다. LG전자 관계자는 "G6에 대한 각국 통신사들의 사전반응이 상당히 좋다"며 "1000만대 판매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작된 모바일 사업본부 구조조정 작업이 올해중 마무리되면 조직 운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걸림돌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 브랜드가 힘을 잃은 상황이라 G6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소비자들의 구매의사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일 G6가 흥행에 실패해 MC사업본부 실적이 적자를 면치 못한다면 시장에서는 모바일 사업본부 분사·매각설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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