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대 민교협 "학교측 학생 징계 결정, 경솔하다"…이대사태 닮아가는 서울대 `내홍`
입력 2017-01-25 16:15 
25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 본관점거 학생 지지 시민·사회단체, 징계추진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시흥캠퍼스 철회 및 본관점거 지지 관련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양연호 기자]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에 반대하며 100일 넘게 대학 본부를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해 대학 본부가 징계를 검토하자 이번에는 교수들이 이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점거 학생들이 학사위원회에 참석한 단과대 학장들의 퇴실을 막아 '감금' 논란까지 제기되는 등 시흥캠퍼스를 둘러싼 학내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일각에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서울대의 내홍이 '이대 사태'를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는 긴급 성명서를 통해 "비상학사위원회를 소집해 농성학생 징계를 논의하고 실제로 29명 대상학생에 대해 필요한 절차에 착수한 것은 지극히 경솔하고 과거의 선례와도 크게 다르다"며 "대량 징계는 시흥 캠퍼스 논란의 근원적 해결이나 학내 갈등의 해결, 그 어느 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 학생들이 본부점거총회를 열고 점거 농성을 지속하기로 결정하자마자 곧바로 다음 날인 11일 학교측이 징계를 논의한 것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또 민교협은 "(징계절차 착수가)학생들을 격앙시키고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우려했다. 앞서 11일 서울대 단과대 학장단은 비상학사협의회를 열어 학생들의 점거 해제와 가담자에 대한 징계절차 착수 등을 의결했고 이후 대학본부는 29명에 대한 징계절차를 시작했다.
지난 2011년 5월 서울대 법인화 반대 농성 당시에는 농성이 해제되고 사태가 수습된 후에 학교측이 대학 본부 건물을 장기간 점거했던 학생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았다. 민교협은 이를 언급하며 "이는 학내 갈등에 대해 고등교육기관다운 합당하고 원만한 조치였다"며 "일방적인 강경조치는 대학 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점거가 100일넘게 이어지고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교수와 학생 간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3일에는 점거 학생 50여명이 서울대 보직 교수, 단과대 학장 등 20여명이 학사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던 회의실 출입문을 가로막고 교수들이 오가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내홍이 장기화하면서 교수·학생사회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점거를 이어가고 있는 학생들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며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에는 시흥캠 백지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본부 점거를 해제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인기 게시글에 올랐다. 글쓴이는 "시흥캠 백지화는 루비콘 강을 건넌지 한참 지난 것 같고 모두 다 그사실을 알고 있는데 명분 때문에 못 나오고 있다"며 "본부점거를 푸는 것도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협상 카드이며 가 카드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생각을 하는게 더 현명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점거와 관련해 향후 계획을 결정하는 점거학생총회에서도 일부 학생들은 "인력을 소모하는 수준인 본부점거 유지 자체보다는 다른 방식의 투쟁의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시흥캠퍼스를 둘러싼 학교측과 학생들의 갈등이 이화여대 사태를 닮아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해 7월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농성에 들어간 이대 학생들은 본관에 있던 교수와 교직원이 못 나가도록 막았고 경찰은 감금 혐의로 수사를 진행 했다. 이에 교수들이 이들을 처벌하지 말아달라며 탄원서를 냈고 이대생들을 수사한 경찰은 총학생회장 1명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편 이날 오후 전국대학노동조합등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서울대 본관(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학생들의 본부점거농성을 지지한다"며 "학교 당국은 징계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취지에 동의한다며 연명한 단체는 총 73곳이다.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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