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뚫렸던 삼계탕의 중국 수출길이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막히고 있다.
식품업체 농협목우촌과 참프레·교동식품은 25일 AI 관련 검역 조건에 따라 대중국 삼계탕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밝혔다. AI 발생 지역에서 생산된 삼계탕의 수출이 차단됐고, AI와 무관한 지역에서 만든 제품도 수출이 급감해 끊기다시피 했다. AI와 함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한한령(限韓令) 등도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5년 양국 정부의 삼계탕 수출 검역 조건 합의 당시 중국은 한국산 삼계탕 수입을 허용하되 '질병 비발생' 조건을 달았다. 삼계탕 원료용 닭고기는 AI 등 닭 질병이 생기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하는데, 질병 비발생지역은 AI 등이 발생한 농장으로부터 반경 10㎞ 바깥으로 정했다. AI 발생 지역 인근에서 생산됐다고 해도 가열해서 먹는 삼계탕은 안전에 이상이 없지만 이 조건에 발목이 잡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으로의 삼계탕 수출액은 6톤에 못 미치는 5505㎏ 규모로 전월(7만1870㎏)에 비해 92.3% 급감했다. 전월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다. 중국으로의 삼계탕 수출이 시작된 작년 6월 이후 최저치며, 그마저도 작년 말부터는 수출 물량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AI에다 현지에서 한국산 삼계탕을 찾는 수요도 없어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며 "사드 배치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한한령으로 한류드라마 간접광고(PPL) 등 홍보도 적극적으로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에 등록된 국내 삼계탕 가공업체 5곳 중 하림과 사조화인코리아 등 2곳은 수출이 가능하지만 AI로 닭고기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중국에서 검역이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 초기에는 검역에 2주 정도 걸렸으나, 최근에는 2달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초기에 비해 검역 기간이 상당히 길어졌다"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통관 절차가 엄격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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