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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철의 코멘:털이]그러게 제목·개봉일 잘 골라야 한다니~
입력 2017-01-23 16:2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오늘 완전 놀아보자~~"
배우 조인성이 영화 '더 킹'에서 맡은 검사 태수는 지지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이렇게 외치며 흥분했다. 클론의 '난'에 맞춰 현란하고 신나게 춤추는 태수와 강식 등이 뇌리에 남아 있다.
그들처럼 영화 '더 킹'도 신나게 잘 달리고 있다. 제목처럼 박스오피스에서 '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개봉 이후 줄곧 1위다. 누적관객 수는 185만여명(이하 23일 영진위 기준)이다.
'남북 형사가 공조 수사한다'는 가상의 일을 소재로 벌어지는 일을 다룬 현빈과 유해진 주연의 영화 '공조'는 제목처럼 '더 킹'과 공조한 듯 박스오피스 1, 2위를 유지하고 있다. 공조라고 한다면 1, 2위를 번갈아 할 법한데 '더 킹'은 왕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은 없는 듯 보인다.
말장난 같고, 결과론적 이야기라고 할 수 있으나 영화계에서 제목 짓기는 중요한 일이다. 특히 두 글자 제목은 영화 관계자들이 대부분 선호한다. 간결한 제목의 영화들은 영화 전체 이야기를 내포하는 것은 물론이고, 임팩트 있게 관객에게 다가가기 쉬우므로 몇날며칠을 고민하는 사항이다.

최근 흥행한 유해진 주연의 '럭키'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럭키'는 애초 '키 오브 라이프'에서 제목을 바꿔 흥행하기도 했다. '쉬리'부터 이어진 영화계 속설이 또 맞았다는 이야기가 들렸던 이유다. 역시 두 글자 제목인 '더킹'과 '공조'도 흥행 영화로 꼽히고 있다.
물론 영화의 흥행 1순위는 영화적으로 재미있고 내용이 좋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완벽한 시나리오와 연출, 배우 등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다면 이론적으로는 대부분 흥행한다. '더 킹'은 1980년대와 현재를 아우르는 권력 검사라는 소재에 감독의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 등등 모든 요소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흥행을 위해 또 빼놓을 수 없는 건 '운'이다. 개봉 시기와 경쟁 영화가 있고 없고가 흥행을 좌우한다.
천운이 따라야 하는 영화계에서 '더 킹'은 그 운마저 챙겼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의 안타까운 대한민국의 현실이 영화 속과 맞물린다. 강식과 태수 등이 굿하는 장면도 현실에서 제기된 의구심과 연결되고, 최근에는 검사 출신 전 비서실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특검의 수사 속도가 더뎌 답답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영화 속에서 희열을 느꼈던 이야기들이 현실에도 이어지기에 관객이 더 몰입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앞서 '더 킹' 한재림 감독은 연출 계기에 대해 "'한국의 진짜 권력자가 누굴까'란 생각을 하다가 정권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권력이 흥미로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은 5년 단임제로 끝나지만 검사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줄만 잘 타면 몇십 년을 살아남기에 이들을 왕으로 바라보고 영화화 했다는 얘기다. 한 감독의 주변에는 대부분 평범한 검사들이 많다고 한다. 어떤 조직이든 비리에 연루되고 나쁜 일을 하는 이들은 일부다. 그들에게 경종을 울렸으면 하는 관객의 바람도 들린다.
영화업계 1위 CJ엔터테인먼트가 새해 내놓은 첫 흥행 기대 영화 '공조'는 경쟁 상대가 너무 센 모양새다. '더 킹'이 아니었다면 박스오피스 1위를 했을 만한 영화다. 현빈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연기와 유해진의 코미디가 잘 버무려져 관객을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누적관객 수는 115만여명이다. 설 연휴 가족들이 더 좋아할 만한 영화는 '공조'처럼 보이지만 '더 킹'도 어렵거나 무겁기만 한 작품은 아니라서 피 튀는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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