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추적]반환점 맞은 특검 수사…2라운드 수사 쟁점은
입력 2017-01-22 19:30  | 수정 2017-01-22 20:34
【 앵커멘트 】
특검 수사가 반환점을 넘기고 있습니다. 지난 35일 동안 성과는 뭐였고, 향후 특검 수사 방향은 어떻게 흘러갈지 법조 출입, 서정표 기자와 함께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서 기자! 일단 오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을 불러서 조사를 하고 있으니까 블랙리스트 얘기부터 해보죠.
특검이 리스트 수사에 자신감을 얻은 건가요?

【 기자 】
네. 특검은 지난 한 주 조금 과장해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동안 특검이 주안점을 둔 수사는 크게 삼성 뇌물죄와 블랙리스트였습니다.

삼성 뇌물죄에 좀 더 무게를 뒀는데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분명 특검으로서도 욕심이 나는 수사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구속이 되지 않았죠. 뇌물죄를 입증할 만큼 수사가 잘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벌써 적어도 삼성에 있어서만큼은 뇌물죄 수사는 힘들지 않겠느냐, 이런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 질문 2 】
블랙리스트 수사가 특검의 숨통을 트여줬다, 뭐 그런 얘기군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만약 김기춘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영장마저 기각됐다면 특검 수사는 사실상 큰 위기를 맞았을 겁니다.

삼성 뇌물죄나 리스트 수사, 두 수사의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특검이 겨냥하는 두 범죄의 최고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 뇌물죄 혐의에서 살짝 비껴간 대통령을 블랙리스트 수사로 다시 공격할 수 있게 됐으니까, 특검으로서는 한숨 돌렸을 겁니다.

【 질문 3 】
그렇다면 삼성 뇌물죄와 다르게 리스트에서 특검이 주요 증거, 물증으로 가지고 있는 카드는 과연 뭔가요?

【 기자 】
질문하신 그 부분이 리스트 수사의 핵심으로 보입니다.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위에 대통령이 있다는 증거를 특검이 확보한 것은 아닌지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정황이 바로 그것인데요.

특검은 영리하게 바로 이 부분을 영장에 기재해서 구속을 받아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한 달 뒤에 대통령이 반정부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으로 보입니다.

【 질문 4 】
그런데 대통령 변호인단이 이 같은 대통령의 지시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부 언론도 고소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결국,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진술에 달렸는데, 지금까지 계속 혐의를 부인해 왔었거든요.
구속됐다고 바로 입을 열까요?
그나저나 구치소 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나요?

【 기자 】
'탄탄대로' 금수저 생활을 해온 두 명의 피의자에게 구치소 생활은 분명 불편할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소환될 때에도 얼굴이 수척해 보이기도 했는데요.

일단 두 명은 서울구치소에서 6.56 제곱미터, 즉 1.9평의 독방에서 생활합니다.

다른 구속 피의자들처럼 황갈색 수의와 고무신을 착용하게 되고요.

오후 6시 정해진 시간에 저녁 식사를 하는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두 명도 한 끼 저녁 식사는 천 440원짜리 식사를 하고, 직접 설거지도 하는 등 공평하게 생활합니다.

TV 시청도 가능하고요. 매트리스도 구비돼 있어 한겨울 추위도 피할 수 있습니다.

수감 생활 첫날 모든 수감자들이 하는 항문검사를 포함한 신체검사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 질문 5 】
법을 요리조리 피했던 '법꾸라지'여서 공분을 샀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수갑을 찬 두 명의 모습을 '속 시원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기자 】
김기춘 전 실장은 구속된 뒤 오늘 첫 소환이었습니다.

어제 사실 소환을 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를 대면서 불출석했죠.

여든에 가까운 고령인데다 차가운 구치소 생활이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안종범 전 수석이나 이대 특혜 김경숙 전 학장처럼 병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법 위에 군림하다 직접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심판을 받을 처지가 되니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6 】
오늘 출석 장면을 보면 김 전 실장은 포승줄은 했고, 조 전 장관은 하지 않았어요.
사복을 입고 출석하고 포승줄을 하지 않은 게 법무부의 특혜가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는데요?

【 기자 】
말씀하신 두 명 외에도 오늘 차은택 전 단장, 장시호 등 여러 명이 특검에 출석했습니다.

누구는 푸른색의 수의를 입고, 누구는 포승줄까지 하고 제각각이었는데요.

구치소 업무 지침에 따르면요.

여성이나 일흔 살 이상 수용자는 보호 장비, 즉 몸에 걸치는 장비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즉, 포승줄은 안 해도 된다는 거죠. 하지만 수갑은 반드시 해야 하고요.

미결 수용자는 사복을 입은 채 출석할 수 있습니다.

조윤선 전 장관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오늘 둘 다 사복을 입었고 수갑을 찼습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포승줄은 하지 않았죠. 수갑도 옷 소매에 넣어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구치소 업무 지침에 따른 것이지 특혜는 아니라고 법무부는 밝혔습니다.

【 질문 7 】
특검 수사 이제 절반이 남았는데, 향후 수사는 어떻게 될까요?

【 기자 】
삼성 수사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가 향후 중요한 관전 포인트인데요.

사실상 영장 재청구는 힘들어 보입니다.

따라서 특검은 향후 SK와 롯데의 면세점 특혜와 관련된 뇌물죄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2월 초에 대통령 대면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구정 전이나 직후에 총수들을 소환해야 한다는 건데요.

최대한 수사를 촘촘하게 해서 삼성 수사의 타격을 최소화하는 게 특검의 향후 숙제입니다.

【 앵커멘트 】
이번 주가 고비일 수 있겠네요. 서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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