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늦깍이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 직장인 이씨(43)는 최근 확인한 올해 토익시험 일정을 보고 울상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독실한 신자로 일요일에 종교활동을 해왔는데 올해 토요일에 토익시험이 4번밖에 없기 때문이다.
#2. 일요일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김씨(24) 역시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토익시험이 변경돼 시험까지 어려워졌다는데 응시기회 자체가 줄어버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더욱이 지난해 토익시험 응시료가 6%(2500원) 올라 부모님께 손내밀기도 부담스러운 그의 한숨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국내 최대규모 응시자가 보는 영어평가시험인 토익(TOEIC)이 5급 공무원시험에 이어 올해부터 7급 시험에도 반영된다. 올해 6만여명(지난해 7급 공무원시험 응시자 6만6712명)이 추가로 토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YBM 등 주최측이 사실상 국민 영어시험인 토익의 위상은 고려않고 이익에만 몰두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토익시험 국내 대행기관인 YBM한국토익위원회(이하 YBM)은 올해 토익시험을 총 22회 시행한다고 밝혔다. 총 22회는 토익시험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1982년(연 3회)이후 최다 횟수다. 2000년(연 11회)이후로 17년만에 2배로 늘었다.
시험 총 횟수는 늘어났지만 응시자 편의증대를 위해 시행된 토요일 시험은 줄었다. YBM측은 종교활동과 개인사정 등으로 일요일 응시가 어려운 응시자를 위해 2010년에 토요일 시험을 처음 도입했다. 이후 토요일 시험횟수를 2015년(6회)까지 꾸준히 늘렸으나 지난해부터 줄여 올해는 4차례 예정돼 있다. 토익시험은 일요일 오전에 주로 시행되나 토요일은 오전 또는 오후에 시행된다.
응시자들과 영어시험업계 관계자들은 토익 출제기관인 미국교육평가원(ETS)과 대행사 YBM이 한국내 토익시험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또다시 '갑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명 토익강사는 "YBM측은 시험횟수를 늘리거나 추가 시험·토요일 시험 시행시 겉으로는 '수험자의 응시 편의 증대'를 이유로 들지만 사실상 한국 취준생과 공시생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극대화하겠다는게 아니겠느냐"며 "7급 공무원시험에서도 토익이 반영되며 응시생 범위가 크게 확대됐는데 정말로 응시자를 고려한다면 토요일에도 시험장 대관료 등 비용을 들여서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게 맞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한 유명 강사는 "만약 9급 공무원시험에까지 토익 등 공인영어시험으로 대체된다면 국가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YBM측에 큰 이익을 넘겨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YBM측은 "응시자를 대상으로 시험요일과 시간대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일요일 오전 시험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돼 일요일 시험 일정이 확대됐다"며 "대체로 수험자 선호도가 높은 일요일 시험 응시인원이 많지만 토요일 시험 응시인원이 많은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즉 토요일 시험 응시자가 적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YBM측은 지난해 신토익(5월29일) 원서접수 개시일(3월28일)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토익시험을 전격적으로 인상해 논란이 있었다. YBM측은 물가상승과 시험시행 비용이 늘어 부득이 인상했다고 설명했으나 전세계에서 한국 다음으로 토익 응시자수가 많은 일본은 응시료를 인하하고 있어 궁색한 해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YBM측은 단일 시험으로 국내에서 연간 최대 규모가 응시하는 시험인 토익 응시자수를 국회와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2014년부터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응시자 비공개 이유가 공무원 영어시험을 자체 영어시험 대신 토익 등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하는 것이나 대입 수능 영어시험 절대평가 전환 등과 관련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한해 22만명이 응시하는 9급 공무원 영어시험 역시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를 검토하고 있다. 한해 60만명이 응시하는 수능에서 영어 절대평가로 전환시 변별력이 떨어져 토익 등 외부시험 역할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토익 응시자수는 연간 300만여명에 달할 수 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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