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흔들리는 潘風에 부상하는 김종인 출마설…승부수 던질까
입력 2017-01-20 13:58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사진출처 = 매경DB]

반풍(潘風·반기문 바람)이 미풍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평생의 신념으로 삼아 온 김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일생일대의 승부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내달 그가 대선 출마선언을 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도 나오지만 정작 김 전 대표 입에선 직접 출마 얘기가 나온 적은 없다. 하지만 김 전 대표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직접 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 같다"로 의견이 모아진다. 결국 산전수전 다겪은 김 전 대표가 조기대선을 앞둔 군웅할거 상황에서 기회를 포착해 일대 반전을 노린 깜짝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손을 잡을 거란 전망이 많다"는 질문에 "내가 그렇게 킹메이커 하지 않겠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내가 무슨 총리에 목 메는 줄 아느냐"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을 두고선 "우리나라에선 해외에서 뭐 했다고 하면 갑자기 따지지도 않고 대선주자로 만든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귀국 후 반 전 총장의 행보를 보면서 주변에 "실망스럽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고 한다. 최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도 "내가 보니까 (반 전 총장이) 별로 매력을 못 주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반 전 총장 귀국 전에는 한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귀국 후 행보를 보고선 먼저 만나자고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을 바꾼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전 대표는 아직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후보군에 포함되지도 않은 상태다. 후보로서 경쟁력이 없어서라기 보단, 그가 제3지대 마중물 역할에 나설 거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김 전 대표도 이런 현실론 앞에서 반 전 총장과 연대 가능성을 아주 배제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낙마 가능성이 높아질 수록 본인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강해질 것이라는 게 주변인사들의 전언이다.
현재 소위 김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거나, 가깝다고 알려진 정치인들 중에서도 대선 출마와 관련해 김 전 대표의 의중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각자의 경험에서 이런저런 전망만 내놓을 뿐이다. 김 전 대표와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전 대표는 자신을 국가 지도자라기보단 경세가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누가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해 낼 지 관심이 클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측근으로는 민주당 최운열·변재일·박용진·김성수·최명길·진영 의원 등이 꼽히는데 이들 어느 누구에게도 대선출마 관련 속내를 드러낸 적이 없다는 후문이다. 경제민주화를 구현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한 배신 때문에 "누구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을 측근들에게 여러차례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와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한 인사는 "김 전 대표가 출마할 가능성을 반쯤 열어둔 상태"라며 "출마할 경우 '3년 임기론'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1940년생으로 올해 78세(만 76세)인 김 전 대표가 "이 나이에 내가 무슨 욕심이 있겠나. 집권하면 3년 내 개헌해 나라의 기틀을 다져놓고 미련없이 물러나겠다"는 메시지로 정치권 내 개헌세력과 보수·중도 유권자층의 지지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확장성에 분명 한계가 있는 만큼, 반기문 전 총장이 낙마할 경우 3년 임기론을 앞세워 보수·중도층에서 대안 후보로 급부상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김 전 대표는 국내 정치인 중 미국 트럼프 행정부 핵심과 직접 통하는 거의 유일한 인사다. 또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국가 간 합의는 뒤집을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경제분야에선 진보적 입장이지만 외교·안보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층에게도 확실히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김 전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가의 문제다. 김 전 대표와 개인적 인연이 깊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는 사이가 다소 소원해졌다는 얘기가 많다. 정 전 총리가 이명박정부에서 총리직을 수행할 당시 미묘한 갈등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개헌을 강하게 주장하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도면 러닝메이트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정운찬 전 총리와 두루 가까운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김 전 대표와 따로 만남을 갖는 장면도 여러차례 목격됐다.
두번째 과제는 어떤 명분을 앞세워 사실상 친문계가 장악한 민주당을 탈당할지다. 명분없는 탈당은 정치인에게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현재로선 대선국면이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문 전 대표의 치명적 실책이나 대선판을 뒤흔들 돌발 이벤트가 발생하길 기다릴 수밖에 없어 김 전 대표의 고민은 깊어가는 모습이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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