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IPO후 적자로 전락 `상장痛` 줄어든다
입력 2017-01-19 17:56  | 수정 2017-01-19 19:16
낮아지는 코스피 상장 문턱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에 이어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문턱을 낮추기로 함에 따라 기업공개(IPO)시장에 훈풍이 불 전망이다. 거래소가 마련 중인 유가증권시장 상장 요건 개선안의 핵심은 이익이 나는 기업이라면 매출 요건을 크게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행 상장 요건은 3년 이상된 기업으로서 자기자본 300억원 이상, 상장주식 100만주 이상이란 기본 요건을 채우고 주식분산, 매출액·수익성·기준시가총액이라는 재무 요건, 감사 요건과 기타 질적 요건까지 모두 충족해야 한다. 거래소는 2015년 재무 요건에 이익과 매출을 충족시키는 요건을 신설해 진입 장벽을 다소 낮춘 바 있다. 2015년 이전까지 재무 요건에는 △직전 연도 매출액 1000억원 이상과 기준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직전 연도 이익 규모 50억원 이상과 기준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2000억원 이상과 기준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이라는 시가총액 위주 요건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미국 상장 규정처럼 이익 기준을 다소 낮추는 동시에 매출을 함께 충족해야 한다는 조건을 다소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유가증권시장 상장 요건 중 상당 부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규정을 본떴다. 하지만 일부 규정은 오히려 미국보다 강해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높은 상장 요건으로 인해 일단 자본시장에 데뷔한 기업들이 상장 이후 실적이 급전직하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실제 최근 4개년(2012~2015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SPAC·상장폐지·기술특례상장 제외)한 168곳 중 35곳(21%)이 상장 이듬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거래소는 진입 문턱을 낮추면 이 같은 실적 '착시 효과'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대신 퇴출 요건은 강화하기로 했다. 만성 적자기업이 유가증권시장에 남아 자본시장 질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는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 적자기업도 상장이 되는데다 기존 상장 규정도 개선될 예정이어서 양적 성장을 이루겠지만 질적 저하 문제도 있다"며 "퇴출 규정을 강화해 질적 성장을 동시에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기업이 최종 부도가 발생하거나 자본 전액 잠식, 2년 연속 자본 잠식(자본금의 2분의 1 연속 감소), 2년 연속 매출액 50억원 미만과 같은 4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퇴출된다. 그러나 퇴출 규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 2010~2015년 단 21개 기업이 자본 요건에 미달해 퇴출됐다.
거래소는 이와 같은 제도 개선을 통해 코스닥에서 성장성 기업을 유치하고, 우량 기업이지만 상장 요건 경계선에 위치한 알짜 기업을 대거 자본시장에 데뷔시킬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 IPO시장 규모는 10조~13조원으로 형성돼 사상 최고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10조1000억원 규모의 기업 상장이 이뤄진 2010년 이었다.
일단 첫 타자는 코스닥 상장 예정 기업인 백신개발업체 유바이오로직스로 지난 17일 청약 접수를 마감한 결과, 64만주 모집에 675만주가량이 신청돼 경쟁률 10.55대1을 기록했다. 이달 24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서플러스글로벌도 작년 10월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연기했다가 이달 공모청약을 거쳐 상장할 계획이다.
이들 뒤로 예상 공모금액 1조원이 넘는 IPO '대어'들이 대기 중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선 호텔롯데(약 4조원), 넷마블게임즈(2조원), 이랜드리테일, ING생명,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등이 손꼽힌다. 코스닥시장에선 셀트리온헬스케어(8000억원)와 제일홀딩스(3000억원)가 기대주다.
시장 최대 관심사인 호텔롯데는 지난해 4조1000억~5조3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공모를 진행했으나 롯데그룹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상장 일정을 철회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상장 재추진 결과에 따라 올해 전체 IPO 규모와 흥행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외국기업 상장 여부다. 지난해에는 총 7곳의 외국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시장 개설 이후 최다 상장이 이뤄졌다.
[문일호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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